subvisual




▲ 불법 웹툰 사이트에 연결된 온라인 도박 광고 배너. 클릭하면 해당 도박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지난 6월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는 ‘건강한 청소년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도박과 관련된 단속이 포함됐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이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매체가 광범위해짐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유해 요소를 단속하는 데 집중했다”고 발표했다.


도박류에 대한 대책으로는 △불법 정보의 신속한 차단을 위한 전자심의 도입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사이버 도박’ 항목 추가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 성행하는 청소년 불법도박을 해당 대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청소년의 불법 도박 문제는 몇 년 전부터 대두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청소년은 2017년 837건에서 2020년 1,59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2,269건으로 급증했다. 청소년 불법 도박의 심각성은 꾸준히 논의돼왔지만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 점점 늘어나는 청소년 도박

주된 경로는 ‘주변인·광고’ 


청소년들은 주로 주변인을 통해 도박을 접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2020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도박을 시작했다는 응답이 약 51.2%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반에서 온라인 도박이 번져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고등학생 A씨(19세)는 “반에서 한 명이 도박을 시작하면 주변 애들이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주로 선배나 친구의 권유로 손을 대고, 돈을 많이 딴 애가 있으면 그 돈을 나눠서 또 도박을 한다. 반에서 잃거나 얻은 돈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오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도박은 다른 도박과 달리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나도 한번 해 볼까?’라는 마음을 먹고 나면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0대들이 즐겨 보는 SNS나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불법 방송 다시보기 사이트 곳곳에는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와 연결된 배너 광고가 만연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2020년 온라인으로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의 사례는 전체 1,687건 중 1,597건으로, 약 94%에 달했다. 


| 손쉽게 접근 가능한 도박 사이트

가입과 결제까지 별도의 인증 없어


실제로도 아무런 장벽 없이 온라인 도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근해봤다. 청소년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모 불법 웹툰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화려한 각종 카지노 및 도박 광고가 번쩍거렸다. 이 광고 배너들은 ‘첫충(첫 충전의 줄임말) 30%’, ‘매충(매번 충전의 줄임말) 10%’ 등의 문구로 사용자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누르자 막힘 없이 바로 로그인 및 회원가입 창부터 떴다. 


회원가입을 시도하자 가장 먼저 초대코드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보통 이러한 초대코드는 광고에 함께 기재돼 있거나, 지인들 사이에서 공유되거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인터넷 사이트 게시글 등을 통해 퍼진다. ‘○○(사이트 이름) 초대코드’를 키워드로 구글에 검색해 보니, 각종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의 초대코드와 주소가 떴다. 진입장벽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후 초대코드를 입력하자 무리 없이 회원가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이디, 비밀번호, 그리고 충전을 위한 계좌번호와 은행명 및 예금주 이름만 입력하면 바로 회원가입이 끝났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이트 접속 제한과 같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IP 우회조차 불필요했다.


사이트에서 목격한 온라인 도박의 종류는 각종 미니게임부터 스포츠토토까지 다양했다. 널리 알려진 달팽이 경주(3마리의 달팽이 중 1등을 맞히는 게임), 사다리게임(홀짝 중 하나를 선택해 결과를 맞히는 게임), 로하이(low·high, 오픈된 카드의 합이 5보다 큰지 작은지를 맞히는 게임) 등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게임들은 그 규칙이 간단하고 결과가 즉석에서 결정된다. 또한 중독성과 자극이 강한데다 게임의 시작을 쉽게 만들어 도박에 대한 청소년의 심리적 경계를 낮춘다. 


게다가 소액 베팅이 가능해, 마치 오락실에서 적은 돈으로 게임을 하듯 즐길 수 있게 설계됐다. 즉 돈에 대한 현실감을 결여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쉽사리 차단조차 할 수 없게 도메인을 조금씩 바꿔 가며 영업을 계속한다. 사이트 이름이 ‘abc’라면 주소를 ‘abc111.com’, ‘abc112.com’ 등으로 주기적으로 반복해 바꿔 가는 식이다. 


| 각종 범죄로 번지는 도박

사이트 차단도 쉽지 않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예방홍보팀 관계자는 “청소년기 불법 도박은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성인이 돼서도 계속 도박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법 온라인 도박 문제는 학교폭력 등으로도 손쉽게 이어진다”며 “예전의 학교폭력이 단순히 돈을 빼앗는 형태였다면 요즘은 억지로 도박 사이트에 가입시켜 그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각종 범죄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돈을 감당하지 못한 청소년이 절도나 고금리 대출로 빠지는 일도 잦다. SNS 등지를 통해 퍼진 대리입금(댈입)이나 작업대출(작대)등의 고리대출은 이러한 청소년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 학생증이나 부모님의 개인정보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바와 같이 온라인 도박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사이버범죄수사과에서는 “불법 온라인 도박의 경우, 사이트를 백업시켜 놓고 주소를 조금씩만 바꿔가며 영업하기 때문에 근절이 쉽지 않다”며 “기본적 기조는 차단보다 운영자를 추적해 체포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쉽게 빠져드는 청소년들을 위한 효과적인 정부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현주 기자 hj210031@sogang.ac.kr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