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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2년여 만에 본교 총학생회(총학)가 구성됐다. 지난 선거에서는 총학을 포함해 선거를 치른 10개 단위 중 9개 단위에서 학생회가 구성되며 개표 정족수 미달로 다수의 단위에서 학생회 구성에 실패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전보다 높아진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학생협의회(여협), 다소니회(장애 학생 학생회), 성소수자협의회(성소협)의 경우 출마 선거운동본부가 없어 올해도 어김없이 대표자 미선으로 인한 궐위 상태에 놓였다. 


본교 총학생회 회칙 제65, 66, 67조에 의하면, 본교에는 여협, 다소니회, 성소협이 있다. 이들 기구는 총학 구성단체로,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의 의결권과 함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대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총학 구성 단체 중 학기마다 전학대회의 심의를 거쳐 인준받아야 하는 총학 산하 특별자치기구와 달리, 주기적인 심의 및 인준이 필요하지 않아 활동의 지속성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들 협의회는 오랜 기간 동안 대표자 부재로 인한 궐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여협의 경우 지난 2016년 말 오랜 궐위 상태를 벗어나 협의회가 구성됐으나 2017년부터 현재까지 미선인 상태다. 다소니회는 지난 2012년 구성돼 전국대학 최초의 장애 학생 학생회로서 활동했으나, 2018년 7월을 끝으로 현재까지 대표자 미선으로 궐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본교 성소수자 단체이자 총학 산하 특별기구였던 춤추는Q에서 비롯된 본교 성소협은 지난 2016년 말 전학대회에서 협의회로 인준돼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본교 성소협은 중운위 의결권을 지닌 국내 최초의 성소수자 학생 단체로 활동해 왔으나, 지난 2020년 전학대회에서 회장과 운영, 집행위원회에 대한 ‘불신임’이 가결된 후 현재까지 궐위 상태다. 선본이 출마하지 않거나, 낮은 투표율로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을 경우 총학, 단과대 학생회 등에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같은 임시 체제에서 대표자를 선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020년 이후 이들 협의회는 어떠한 대표자도 없는 완전한 공석 상태를 지속해 이름만 남아있는 유명무실한 기구가 됐다.


협의회 전반에 대한 인식 낮아

학우 50%, 여협 필요성 공감 못해



본교 학우들은 해당 협의회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본보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본교 학우 86명을 대상으로 학생 협의회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회칙에 명백히 존재하는 학생 협의회임에도 이들 협의회의 존재를 알고 있는 학우는 많지 않았다. 여협은 57%, 다소니회는 40.7%, 성소수자협의회는 48.8%의 학우들이 해당 협의회의 존재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해당 협의회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설문을 통해 해당 협의회의 필요성과 그 이유를 질의했다. 여협의 경우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50%)였으며, ‘필요하다’(31.4%), ‘모르겠다’(18.6%)가 그 뒤를 이었다. 여협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여협이 별도로 구성돼 활동할 만큼 대학 내 여학생의 지위가 낮지 않기 때문’(83.7%)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여협의 존재가 차별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69.8%), ‘총학, 인권센터를 통해서도 여협 업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62.8%), ‘과거 경험한 여협에 대한 실망과 불신 때문’(32.6%)이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교내 여학생들을 위한 학생자치기구를 둘러싼 회의적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 이후 성균관대, 동국대, 연세대 등에서 잇따른 총여학생회 폐지 흐름이 대표적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과거와 달리 대학 내 여성과 남성 비율이 대등해지며 대학 내에서 여성이 더 이상 차별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한편 여협 필요성에 공감한 학우들은 ‘여협이 교내 성차별 및 성폭력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88.9%)을 그 이유로 가장 많이 들었다. 실제 본교 여협은 활동 당시 교지와 협업해 교내 반성폭력 가이드북을 제작, 배포한 바 있다. ‘본교 여학생들의 권리 보장 및 복지 사업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63%), ‘본교 여학생들을 대표할 수 있는 대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55.6%)이라는 응답도 여협 필요성에 대한 이유로 제기됐다. 


다소니회, 구성 필요성 대다수 공감

성소협, 필요성 두고 의견 첨예해 


다소니회의 경우 대다수 학우가 구성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소니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0.2%를 차지했으며, ‘모르겠다’는 응답은 10.5%,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9.3%였다. 필요 이유로는 ‘본교 장애인 학우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할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84.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실제 다소니회는 지난 2015년 총학과 함께 학교 축제 진행 시 체육관 및 청년광장에서 휠체어를 탄 학우들의 자리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학내 행사 시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한 공통 매뉴얼’을 작성, 이를 중운위에서 통과시키며 본교 장애 학우 권리 보장에 힘썼다. 이외에도 다소니회는 주기적으로 장애 학우에게 불편한 학내 시설을 제보받아 다소니 학생을 위한 총장간담회에서 시설 개선을 요구, 로욜라 도서관 장애인 화장실 개선 등 일부 시설 개선을 이뤄냈다. 


다소니회 필요성에 대한 이유로 ‘본교 장애인 학우들을 대표할 수 있는 대의기구가 필요하기 때문’(76.8%), ‘교내 장애인 차별 및 혐오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37.7%), ‘다소니회가 교내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29%)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다소니회는 지난 2015년 신입생 환영회 등 학내 행사에서 장애 인식 개선 교양 교육을 제안, 이를 직접 진행한 바 있다. 


성소협의 경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43%, ‘필요하지 않다’가 36%, ‘모르겠다’가 20.9%를 차지했다. 필요하다는 의견 중에는 ‘교내 성소수자 차별 및 혐오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75.7%)과 ‘본교 성소수자 학우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할 기구가 필요하다’(64.9%)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과거 성소협은 교내 성소수자 차별에 대응하고, 성소수자 학우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진행했다. 성소협은 지난 2018년 교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하는 ‘숨구멍Q’ 사업을 펼쳤다. 또한 숙박을 해야 하는 성찰과 성장 프로그램에서 교내 인성교육센터가 트렌스젠더 학우에게 호적상 성별에 따라 숙소를 이용하라 통보한 것을 두고 항의, 인성교육센터로부터 사과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후 성소협은 인성교육센터와 협의 후 성찰과 성장 강의계획서에 해당 수업 숙박과 관련해 성소협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 또한 성소협은 숙소를 마련해야 하는 학교 행사에서 ‘성중립방’을 설치할 것을 제안, 지난 2018년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성소협 방을 성중립방으로 운영키로 하고 관련 매뉴얼을 구체화했다. 이외에도 성소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본교 성소수자 학우들을 대표할 수 있는 대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62.2%), ‘성소협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35.1%)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한편 성소협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이들은 ‘총학, 인권센터를 통해서도 성소협의 업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64.5%)을 그 이유로 가장 많이 들었다. 실제 지난 2021년 총학은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 주간 행사를 진행하며 성소수자 관련 용어와 차별 및 혐오 표현을 알리는 카드 뉴스를 게재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 본교 인권센터는 본교 학우들을 대상으로 ‘인권 감수성 증진 집단 프로그램’을 기획, ‘영화 속 성소수자와 성인권’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준비하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성소협을 별도로 신설할 만큼 본교 성소수자 권리 보장 및 인식 수준이 낮지 않기 때문’(54.8%), ‘성소수자에 대한 교내 반감 여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41.9%), ‘과거 성소협에 대한 불신과 실망 때문’(19.4%)이라는 응답이 성소협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함께 제기됐다. 성소협은 지난 2020년 다수의 회계상 오류와 중운위 및 전학대회 회의 불참으로 전학대회에서 불신임되며 총학생회 회세칙에서 보장하는 의결권, 학생회비 배분에 대한 권리를 제한받았다. 설문조사를 통해 “성소수자 단체라는 성소협의 특수성 때문인지 학생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보다는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위한 의견 개진만 활발했다”며 과거 성소협의 활동에 대한 회의적 의견을 전한 학우도 있었다. 


학생활동 위축으로 협의회 장기간 궐위돼

부활 가능성은 작아 보여


이들 협의회에 대한 낮은 관심과 장기간 이어진 궐위 상태는 전반적인 학생 활동이 위축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이들 협의회가 모두 공석이 된 2020년은 총학과 대다수 단과대학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던 시기였으며,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제한되며 동아리와 같은 학생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본교 정치외교학과 이현우 교수는 “이들 협의회가 구성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전반적인 학생활동의 위축에서 출발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학생사회 내에서 이들 협의회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현재로선 이들 기구의 부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오랜 기간 활동하지 않아 활동 내용과 예산안 작성법 등을 인수인계할 인원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또한 여협과 다소니회의 경우 내부회칙 등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해당 협의회에서 활동했던 대표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여협은 SNS 계정이나 공식 메일도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다소니회와 성소협의 경우 과거 활동 당시 사용된 공식 메일과 페이스북 메시지로 내부 회칙 자료 등을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실질적으로 이들 협의회를 부활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수인계 작업은 어떠한 형태로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수민 기자 tnals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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