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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학우들은 수업 중 강의내용 필기, 강의자료 열람, 수업 관련 내용 검색 등 다양한 목적으로 태블릿 PC,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를 이용하고 있다. 본교 A(영문 22) 학우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활용하면 무거운 수업 교재를 구매해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강의자료를 인쇄하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수업을 들을 때 전자기기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본교 일부 강의에서는 교수진 재량으로 수업 중 전자기기 이용을 규제하고 있다. 본보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본교 학우 1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9.7%(25명)의 학우들이 ‘전자기기 이용을 규제하는 수업을 수강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2023학년도 1학기 학부 개설과목 중 의사결정론, 경영과학 등 일부 과목들의 강의계획서에는 수업 중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또한 설문 결과, 강의계획서에 명시하지 않았으나 수업 중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강의도 적지 않았다.


본교 일부 강의, 전자기기 이용 금지해

학우들 “불편하다” vs. “집중 잘 된다”


본보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강의 중 전자기기 이용 규제’에 대해 대다수인 92.1%(117명)의 학우들이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7.1%(9명)의 학우들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학우들 중 94.9%가 ‘전자기기를 통해 강의자료를 열람하는 경우가 있어서’를 그 이유로 꼽았다. ‘전자기기 없이 수업 내용을 필기하기 힘들어서(80.3%)’ ‘수업 내용 이해를 위해 검색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56.4%)’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학우들은 그 이유로 ‘타 학우의 전자기기 이용이 수업에 방해돼서(66.7%)’를 가장 많이 꼽았다. 본교 B(미문 22) 학우는 “옆자리 학우가 수업 도중에 노트북으로 영화를 시청하거나 몰래 통화를 해 수업에 매우 방해를 받은 적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본인이) 전자기기를 이용한다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서(33.3%)’, ‘전자기기 없이도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충분해서(11.1%)’ 등의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전자기기 이용 시의 소음 문제를 지적하는 학우들도 많았다. 본교 C(경영 22) 학우는 “타이핑 소리, 마우스 소리 등이 수업에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며 “무소음 키보드를 사용하는 등 다른 학우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실제로 전자기기 이용을 규제하는 강의를 수강한 학우들은 규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전했다. 본교 D 학우는 “필요할 때 강의자료를 즉각 열람할 수 없어 불편했고 필기할 노트를 챙겨야 한다는 점이 번거로웠다”는 불편을 토로했다. 이어 D 학우는 “복사실이 열려있지 않아 강의자료를 인쇄하지 못할 때도 있고 자료 보관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면 본교 E 학우는 “토론 위주의 수업이 활발하게 이뤄져 좋았고,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해 오히려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며 전자기기 이용 규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업 중 전자기기 이용 두고 

본교 교수진들 의견도 갈려


본교 교수진들 역시 수업 중 전자기기 이용 및 규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드러냈다. 본교 교수진들은 다양한 이유로 수업 중 전자기기 이용을 금지 또는 허용하고 있었다.


수업 중 모든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본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김정현 교수는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는 다른 기능을 활용하도록 하는 매우 강력한 유혹의 원천”이라며 “컴퓨터 사용을 허락했을 때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수업은 단순 내용 전달이 아니라 학생과 교수, 학생과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라며 “학생들이 처음에는 불편해하지만 점차 수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매학기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교 경영대학 F 교수 역시 “몇 해 전까지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했다”며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했을 때) 확실히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반면 본교 경영대학 강리브가 교수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는 우리의 실생활에는 늘 전자기기가 가까이 있고, 현재는 그것을 활용해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시대”라며 “전자기기를 잘 활용해 정보를 얻고 배운 것에 적용한다면 오히려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자기기, 학습에 도움될 수 있어”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야”


그렇다면 전자기기 사용은 어떤 계기로 증가했고 실제로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양대 교육공학과 송영수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가 열려 전자기기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수업 중 전자기기 이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송 교수는 “전자기기 사용의 부정적 영향도 있겠지만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서울시립대 교육대학원 황지원 교수는 “전자기기를 학습에 이용할 경우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의 활용이 연동되고 멀티미디어를 통한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흥미요인의 증가로 강의에 대한 집중이 흐트러지기 쉬울 수 있다”고 밝혔다.


본교 경영대학 김주영 교수는 전자기기 이용 및 규제를 두고 “학생들의 집중 및 참여가 요구되는 강의방법 등 강의방식에 따라 유동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교수진이 전자기기 이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강의계획서에 명시해 학생들이 수업선택 시 고려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수업 중 전자기기 활용에 대해 강의의 성격, 교육 목표 등을 고려한 유동적 규제가 필요한 때다.


정수민 기자 sumin091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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