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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접어든 지 1년여가 지난 현재, 차기 총학생회(총학) 출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학이 무산될 경우엔 비대위가 구성된다. 본교는 지난 2021년, 1년 2개월 만에 출범한 총학 ‘SiGn’ 이후 매번 총학 구성에 실패하며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단과대 및 섹션, 학과 학생회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치러진 12월 정기선거에서는 전체 42개 단위 중 10개 단위에서 입후보자가 없었다. 후보가 출마한 32개 단위 중 개표 가능 정족수(33.3%)를 달성하지 못해 연장투표를 실시한 단위는 17곳에 달했고, 이 중 5개 단위는 낮은 투표율로 인해 연장투표에서도 끝내 학생회 구성에 실패했다. 


이는 본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권 대학 20곳 중 총학이 구성되지 않은 곳은 본교를 포함해 9곳에 이른다. 이들 대학의 여러 단과대 선거도 후보자 미등록과 저조한 투표율로 무산되고 있다. ‘학생 자치 위기’라는 말이 거론되는 이유다.


│학우 74.5%, “총학 필요해”

│학생자치에 대한 낮은 관심, “여유 없다”



본보에서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본교 학우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 학우들이 향후 선거에서 투표를 할 의향이 있었으며, 총학 구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학우 86.8%는 향후 예정된 선거에서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74.5%의 학우들이 ‘총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총학 필요의 이유를 묻는 질문엔 ‘본교 학우들을 대표할 대의기구가 필요하기 때문’(82.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학교 측과의 원활한 교섭을 위해 총학이 필요하기 때문’(77.2%), ‘학교 축제와 같은 행사를 원활히 진행할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62%)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학생 자치활동에 관심을 갖는 학우들은 많지 않았다.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관심 여부를 묻는 질문에 40.6%가 ‘관심 있다’고 응답했으며, 45.3%는 ‘보통’, 14.2%는 ‘관심 없다’고 응답했다. 학생 자치에 무관심한 이유로는 ‘학생 자치에 참여할 여유가 없어서’가 73.3%로 가장 많았다. 


학우들은 학생 자치 위축의 원인을 무엇이라 보고 있을까. 60.4%의 학우들이 ‘학생사회 내 개인주의 경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학우들이 학생 자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53.8%), ‘학우들이 학생 자치로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51.9%)이라는 응답도 다수였다. 성공회대 사회학과 박경태 교수는 “대학이 기업의 논리를 반영한 ‘스펙’을 갖추기 위한 공간으로 변모했다”며 “심화되는 경쟁사회에서 학생들이 (스펙이 되기 힘든) 학생 자치에 관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 밝혔다. 단과대 학생회에서 일하고 있는 본교 A 학우 역시 “주변 동기, 선후배들을 보면 학업은 물론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공모전 등으로 매우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학우들이) 학생회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을 뿐 아니라, 학생회 업무를 본인과 무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코로나19가 학생 자치의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의견도 있었다. 본교 이 모(국문 19) 학우는 “(코로나19 이전) 선거 기간 건물 입구에 설치된 기표소에 친구들과 함께 투표를 하러 갔고, 학생회에 출마하는 학우들이 수업시간에 유세를 하는 일도 자연스러웠다”며 “온라인 선거로 전환된 이후 선거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의견충돌과 학생회 논란, 피로감 키워

│익명의 무분별한 비난, 부담으로 작용해


과거 학생회에서 활동했던 학우들은 △학생회와 일반 학우 간 의견충돌 경험 △과거 학생회의 여러 논란 △무분별한 비난에 노출되기 쉬운 학생자치기구 활동 등을 학생 자치 위축의 원인으로 꼽았다.


과거 총학에서 일했던 본교 B 학우는 “(학우들이) 학내 사안에 대한 학생회의 결정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학생회와 일반 학우들 간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학생회와 일반 학우들이 갈등을 겪으며 학생 자치에 대한 학우들의 피로도가 높아졌을 것”이라 추측했다.


과거 학생회에 관한 여러 논란이 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높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단과대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본교 C 학우는 “과거 인문대학 주관의 마라톤 행사 사업에서 기록 조작이 발생하고, 특정 학생회 내 재정심의위원회에서 횡령 의혹이 불거지는 등 일부 학생회의 논란이 학생회 전체를 불신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학생회 일원들이 겪는 익명의 평가와 일부 무분별한 비난이 학생 자치에 참여할 의욕을 꺾어 학생회 활동의 진입장벽을 높이기도 한다. B 학우는 “학생회가 주최하는 행사 및 외부 프로모션 사업에 대한 원활한 진행·성공 여부가 익명성 속에서 적나라하게 평가된다”며 “학우들의 모든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실수나 실패에 대한 비난 속에서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심적인 부담을 호소하는 일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과거 단과대 섹션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본교 D 학우 역시 다수의 학우들로부터 비난받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언급했다. “동기들과의 만남, 모임에서의 대화 내용 등 사적인 일에 대해서까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비난받은 적 있다”며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비슷한 문제로 한 학기 활동 이후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학생자치, 왜 중요한가


본교 정치외교학과 이현우 교수는 “(본교에도) 분명 학생 개인이 제기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며 “(이러한 문제해결에) 집단으로서의 학생회가 학생 이익의 도모와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학생 자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총학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본교 E 학우는 “과잠, 사물함 사업부터 교외 OR과 축제까지 학생회가 없다면 진행 자체가 어려운 사업이 많다”며 학내 여러 복지사업과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회의 역할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학생 자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학생 개개인이 학생 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대학이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인권을 학습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학교 본부가 학생활동 진작을 위한 여러 지원을 해야 한다”며 학생과 학교 본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민 기자 tnals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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