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서강의 발전과 미래를 학생과 학교가 함께 설계해 나가자는 목적하에 한 학기에 한 번씩 재학생과 총장 간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 본부에 궁금한 점 혹은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전달하며 소통하는 시간이다. 이 행사는 학기마다 지속해서 실시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학내 의사소통 창구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총장과의 대화가 본래의 목적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행사마다 같은 논의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로스쿨 자교 우대, 전임교원 확보, 성적 평가 등은 매번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대학 제도나 정책이 개편되는 데 한 학기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특히 재학생들의 학습권과 관련된 문제는 이른 시일 내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학 본부는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게 된다.

한편 총장과 학생이 직접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흔치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학생들은 대학 발전 관련 정책과는 거리가 먼 단편적인 불편함이나 ‘어느 시설이 불편하니 고쳐주세요’와 같은 단순 민원은 삼가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 생활 중 학생들의 불편함은 개선돼야 할 터이지만, 그러한 불편함이 개인적이거나 일시적일 경우에는 다른 경로를 통해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젠 총장과의 대화 방식을 달리해야 할 때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지원팀과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질의 사항을 무작정 받아서는 안된다. 학생들의 질의 내용에는 교내 사이트에 공지된 사항이나 학내 언론을 통해 이미 발표된 사항들도 부지기수인 것을 감안하면 이전 총장과의 대화에서 나온 논의 사항을 학우들에게 환기해 줘야 한다. 이전 총장과의 대화에서 제시된 대학 발전에 관한 대안들이 어떻게 실현되고 변화됐는지 그 이행 정도를 검토해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동반돼야 총장과의 대화가 유의미한 소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