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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캠페인이 전개됐다. 일각에서는 시위로 인한 지하철 운행 지연이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그들은 왜 출퇴근길 지하철을 수단 삼아 시위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나. 


신촌·홍대 권역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신배공)에서 활동 중인 김희주(영문 19) 학우는 장애인 이동권에 연대하는 이유에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가 부조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권을 위해 활동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A. 전적 대학에서부터 쭉 단과대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발달장애인 독서 멘토링 사업 등을 진행하며 꾸준히 장애 의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던 중 올해 지인의 소개로 신배공을 알게 돼 가입하게 됐다. 주변에서 신배공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멋지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게 멋진 일이 아니라 ‘절박함’ 차원의 일이라고 답한다. 비록 당사자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상대로 자행한 구조적 차별을 방관한 책임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더는 방관하고 싶지 않은 마음, 단순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자 하는 최소한의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Q. 활동 중인 신배공은 어떤 단체인가.


A. 신배공은 신촌·홍대 권역의 장애인 이동권 및 접근성 보장에 목소리를 내고 학내 장애 이슈를 공론화하는 등 배리어프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단체다. 신촌 상권의 장애 접근성 등 대학 차원에서 나서기 어려웠던 논쟁거리에도 목소리를 낸다. 기존 학내 정치와 다른 점은 직접 상권과 학내를 답사하며 배리어프리 웹을 제작하고, 학내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을 홍보 한다는 것이다. 장애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장소를 학교에 건의하거나, 서명을 받고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학내 장애 이슈를 공론화하고자 한다. 배리어프리한 권역을 확대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사회 전반의 장애 혐오에 맞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신촌·홍대 장애인 이동권 실상은 어떤지.


A. 장애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훨씬 빠르다. 한국 사회 자체가 거대한 노(no) 장애인 존(zone)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 약 250만 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살고 있음에도, 우리는 장애인을 만나기가 어렵다. 턱이나 계단 등 휠체어가 출입하기 어려운 공간들, 혹은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는 너무 높은 키오스크 등 일상 속 장애인 이동권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 때문이다. 가게 입구가 좁아서 휠체어가 출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에게 평등하게 느껴지는 신촌도, 누군가에게는 배제적인 공간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Q. 이번 지하철 시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이에 어떻게 생각하나.


A. 힐난의 손가락은 장애인이 아닌 무책임한 정부와 기획재정부를 향해야 한다. 20년간 이어진 건의, 항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응답을 거부했으며 기획재정부는 장애인 예산 편성을 회피하고 있다. 저번 시위에서 마이크를 쥐고 발언했을 때 받았던 “더 나은 시위 방법은 없냐”는 가슴 아픈 질문이 생각난다. 장애인들은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 부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택까지 찾아가 ‘온건’하게 시위하고 항의해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당장 이동권은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인데, 이 기본권 박탈보다 비장애인의 출근길 불편이 주목받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22일 자 시위는 장애인들이 전혀 발언하지 않고 세 대의 휠체어가 타기만 했다. 그럼에도 체감상 10분 정도의 지하철 지연이 발생했다. 장애인들은 그동안 일상적인 출근길에도 애로를 겪었던 것이다. 숨어지내던 장애인들이 겪던 문제가 이제야 겨우 드러나고 있는 상황의 부조리를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

 

Q. 학우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A. 먼저, 이동권이라는 기본적 권리마저 제한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을 동료 시민으로서 방관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 또한 4호선 이용자로서 지하철 연착을 여러 번 겪었다. 내가 연대하는 것은 ‘불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가 더 불편하고 부조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요즈음 시위와 탈시설(시설에서 지역 사회로 장애인을 점차 복귀시키는 것)에 관해 정치권과 유튜브에서 악의적으로 호도하는 경우가 많다. 비마이너 등의 장애인 언론을 통해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해주길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나이 들어, 혹은 사고로 다쳐 교통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곧 비장애인이 살기도 좋은 사회다. 진정 문명적인 사회는 갈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임에 학우들이 동감해주길 바란다.


글·사진 | 김유정 기자 yujeonnee@sogang.ac.kr

김현주 기자 hj21003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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