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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워싱턴DC 시위 참여자가 ‘우리는 군사 쿠데타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출처: Unsplash, Gayatri Malhotra


지난달 24일 본교 로욜라 동산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십자가의 길’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본교 총장과 학생, 해외주민운동연대(KOCO) 강인남 대표, 미얀마 청년 등이 참여했다. 미얀마 청년들은 행사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한국 시민, 정부, 언론의 지지를 호소했다. KOCO 강인남 대표는 “미얀마 시민의 목소리가 되어 달라”며 미얀마에 대한 한국인의 연대를 부탁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이 구금 후 머리에 검은 봉지를 쓴 채로 군인에게 구타당하거나, 한 7세 여아가 집 안에 날아든 총알로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군인이 불을 질러 시민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은 군부 진압으로 쿠데타 이후 민간인 6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민주진영의 대응과 그 전망은


미얀마 군부 독재는 1962년 네윈 육군총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시작됐다. 시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군부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외쳤다. 이후 2015년 민족주의 민주동맹(NLD)이 총선에서 승리하며 아웅산 수찌가 이끄는 민간정부가 출범했다. 이에 따라 53년간의 군부 독재도 함께 막을 내릴 것으로 보였으나, 여전히 군부는 정권에 개입했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다시 NLD가 압승하자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자 군부는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거리 시위 외에도 불복종운동으로 저항했다. 군부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공무원 10만여 명이 참여한 파업이 대표적이다. 한편, NLD 소속 의원들은 미얀마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를 창설했다. CRPH는 지난 1일 소수민족을 포함한 ‘국민통합정부’ 출범을 선언했고, 현행 헌법을 대체할 ‘연방민주주의헌장’을 발표하며 군부에 응수했다. 


지난 9일 본교 동아연구소가 주최한 동남아 지역설명회 ‘미얀마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서 사이버한국외대 장준영 교수는 “CRPH가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NLD는 CRPH가 공식 임시정부임을 선언한 적이 없다”며 CRPH의 정통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어 “NLD는 주요 인사 구금 등의 이유로 큰 움직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 교수는 “CRPH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방군을 창설할 계획이지만, 연방군이 구성된다 해도 수적으로 매우 불리하다"며 "오히려 내전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규탄 시위 참여자의 손. 출처: Unsplash, Gayatri Malhotra


│국제사회 움직임 더뎌···中은 ‘예의주시’


UN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31일 긴급회의에서 군부 제재 결의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마땅한 합의 없이 회의가 마무리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채택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열린 UN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미얀마 군부 규탄 성명서에서 군부 제재에 관한 문구와 ‘쿠데타’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이에 본교 동아연구소 배기현 부교수는 “중국은 불간섭 외교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유엔의 개입에 반대하는 경우가 잦다”며 “중국은 미얀마 사태가 내정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중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미얀마 군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정부는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국방 및 치안 분야의 새로운 교류와 협력도 멈추기로 했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의 합동참모의장들이 함께한 ‘미얀마 군부 비판 공동성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미얀마인과 국내 30여 개 시민단체는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파업 중인 미얀마 공무원들에게 모금액을 전달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미얀마 광주연대의 주최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다. 미얀마 광주연대는 5·18 기념재단, 광주 시민단체와 광주 내 미얀마인들이 결성한 단체다. 추모제 참여자들은 ‘5월 광주’를 떠올리며 미얀마 희생자를 애도했다. 


오늘도 미얀마 시민들은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펼치며 거리로 나선다. 무고한 시민들이 군부의 총탄에 쓰러지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연대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차의진 기자 iamchayj@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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