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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년제 대학의 재학생 대비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 비율이 수년째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결과’에 따르면, 일반대학 및 교육대학 196개의 기숙사 수용률은 22.4%로 전년보다 0.2%P 상승했지만, 여전히 20%대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 대학 기숙사 수용률(18.2%)이 비수도권 대학 수용률(25.5%)보다 낮았다. 본교의 경우 13%로 조사됐다.


대학 기숙사는 타 주거시설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숙식을 제공해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비교적 부담 없는 주거시설로 여겨진다. 이에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숙사의 신·증축을 통해 수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기숙사 신·증축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건설 비용과 부지 마련도 만만치 않지만 가장 큰 난관은 원룸 등을 운영하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다.


실제로 고려대는 2013년부터 개운산 일대에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환경파괴, 월세방 수요 하락 등을 우려한 성북구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 답보 상태다. 한양대도 2015년부터 기숙사 제7생활관 신축을 추진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생활관 건립 반대대책위원회’를 조성해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조직적 반대에 나서 공사가 오랫동안 미뤄진 바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연합기숙사 형태의 행복기숙사도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2년 정부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기금으로 국·공유지에 기숙사를 건립한 뒤 인근 대학의 학생들을 수용하는 연합형 행복기숙사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 사학진흥재단이 공공기금을 투입해 기숙사를 건립하고, 30년간 기숙사 운영 수입으로 이를 상환받는 방식이다. 2014년 홍제동 행복기숙사 건립을 시작으로 5곳이 운영 중이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건립이 오랫동안 미뤄진 곳도 있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기숙사가 대표적이다. 2017년 착공 신고를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1년 이상 공사가 지연됐고, 작년에야 공사를 다시 강행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기숙사 신·증축이 어렵게 된 실질적 원인으로 관련 강제 조항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1996년까지 시행된「대학설치기준령」은 대학 기숙사 설치를 의무화하고 학생정원의 15% 이상을 수용인원으로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대학설립을 더 자유롭게 한다는 명목으로「대학설립운영규정」으로 대체되며 관련 규정이 삭제됐다. 한국도시연구소 김기태 연구원은 “20년 이상 강제조항이 부재한 현실이 대학 기숙사가 아닌 대학가 민간 임대시장에 대학생 주거를 의존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의 수요에 대응해 수익을 올려온 민간임대업자들이 기숙사를 짓는 것에 반대하는 일은 당연하다”며 “불법으로 방을 쪼갠 하숙집 같은 비적정 거처의 수익률을 악화시켜 방을 줄이고, 줄어든 방 수만큼 기숙사를 공급해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대학기숙사 현황과 건립확대를 위한 과제’ 보고서는 대학 인근 원룸을 기숙사로 전환해 대학은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고 지역주민은 안정된 임대업을 가능케 하는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기숙사 수용률 확대가 대학생 주거난 해소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안정적으로 기숙사를 공급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단순히 수용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대학생들이 금전적 부담 없이 양호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승현 기자 sd5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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