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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한 대학생이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악성 댓글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대학생 A씨는 수차례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지만 익명의 동문들로부터 모욕적인 댓글이 달렸다. 결국 A씨는 악성댓글을 단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자필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악성댓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년참여연대 등 25개 청년인권 시민단체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대학과 에브리타임 측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은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에 대해 “에브리타임과 같은 플랫폼이 권리침해 규정을 마련해 악성댓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도 악성댓글을 봤다면, 에브리타임 본사 측에 문의하는 등 이용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브리타임은 이용자 수만 450만 명이 넘는 국내 1위 대학생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댓글 작성 등 에브리타임 내 모든 상호작용은 익명으로 이뤄진다. 수많은 대학생이 이용하는 만큼 게시글 및 댓글에 대한 관리·감독이 잘 이뤄져야 하지만 자동신고처리시스템 외 자정 기능은 전무하다. 유일한 구제 창구인 권리침해신고센터는 게시중단 요청만을 처리할 뿐 추가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직접 신고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는 악성댓글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법적 보호 장치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악성댓글에 시달린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삭제 조치 의무를 명시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강제성은 없다. 선플SNS인권위원회 이상철 공익법률지원단장은 “일정 시간 내 악성댓글을 제거하지 못해 생긴 피해에 대해 운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커뮤니티를 통해 수익을 얻는 만큼 엄중한 책임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한편 본교 익명 커뮤니티 ‘서담’은 악성댓글 문제를 잘 해결한 케이스로 꼽힌다. 서담 운영자 ‘진이뽀’ 씨는 “운영자가 게시판을 직접 모니터링하며 악성댓글을 제재하고, 신고 목록 중 일부는 영구정지 조치한다”고 말했다. 사법 처리에 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경우 회원이 가입할 때 기재한 학교 이메일을 넘긴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적당히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며, 악성댓글로 인한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 커뮤니티에서 효과적인 악성댓글 방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현우 기자 terry7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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