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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전국의 학사학위 취득 유예생 수는 1만 8,927명, 2022년은 1만 5,682명, 2023년은 1만 4,987명으로 학사학위 취득 유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학사학위 취득 유예제도는 흔히 ‘졸업 유예’로 불리는 제도로 학부생이 졸업 요건을 갖췄음에도 졸업 시기를 연기하고 학적을 유지하는 제도다. 취업난이 가속화되며 고의로 졸업요건 일부를 미충족해 졸업을 늦추는 등 대학 재학 기간을 억지로 늘리는 학생이 늘어나자 2018년, 해당 제도가 법제화됐다. ‘졸업 유예의 결정요인 및 노동시장 성과 영향 분석’에 따르면 “실업률 상승과 같은 노동시장 고용 여건의 악화는 대학생들의 학사학위 취득 유예 선택을 높이는 유의미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본교 경제학과 안태현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학생들이 본인 이익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학사학위 취득 유예 이유

|학교 시설 이용과 소속감 때문


본교 학우들은 소속감, 취업 준비, 새로운 경험 등 다양한 이유로 졸업을 미루기로 했다. 윤두원(철학 18) 학우는 세무사 자격증 공부를 위해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했다. 윤 학우는 “학적을 유지하면 공부할 때 도서관이나 열람실 등 학교의 여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며 “졸업해 소속이 없는 것보다 (학사학위 취득 유예로) 학교에 소속돼 있는 것이 심적으로 낫다”고 답했다.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하면 학생 신분이기에 졸업 후 무직 상태인 것보다 덜 불안하다는 것이다. 본교 취업지원팀 최성욱 팀장은 “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업하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졸업 유예의 결정요인 및 노동시장 성과 영향 분석’에서 이러한 심리의 원인을 “다수의 대학생이 태어나면서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까지 어딘가에 소속돼 보지 않은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며 “소속된 집단이 없을 때는 무언가를 할지라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취업 준비 위해 학사학위 취득 유예해

|졸업 후 공백기·인턴 활동, 취업에 불리


본교 A 학우는 증권사 취업 준비를 하고 인턴 등의 스펙을 쌓기 위해 학사학위 취득 유예를 선택했다. A 학우는 “인턴을 하면서 스펙도 쌓고 증권사에서 일하는 게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한 “졸업 후 취업까지의 공백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하더라도 스펙을 쌓고 졸업하는 것이 아무 스펙 없이 바로 졸업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졸업 전 취업 준비를 하려는 이유를 전했다.


실제 취업 시장에서 졸업 후 취업까지의 큰 공백은 취업에 불리하다. 최 팀장은 “일반적인 사기업들은 졸업 후 긴 공백이 있는 학생들을 공백기 동안 채용 시장에서 선택되지 못한 학생들이라 인식해 선호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졸업 전 직무 관련 스펙을 쌓는 것이 졸업 후 인턴 등의 스펙을 쌓는 것보다 유리하게 작동한다. 최 팀장은 “기업은 졸업 후 인턴 활동을 하는 학생들보다 학교생활 중 미리 인턴을 하는 학생들을 더 성실하며 직무에 대한 동기가 확실한 학생이라고 인식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학사학위 취득 유예해

|진로 결정 시 방향성 고민 필수적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한 학우도 있었다. 박새별(미엔 20) 학우는 캄보디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학사학위를 유예할 계획이다. 박 학우는 “졸업하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학생 때 많이 해보고 싶다”며 “오히려 앞으로 내가 안 할 것 같은 일들을 많이 경험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학우는 영화 연출 업계에 종사하고 싶다는 본인의 진로와는 다른 드라마 킹더랜드 소품팀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박 학우는 “미래에 영화 연출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고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현장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며 “그 경험이 학교 수업이나 대외 활동, 동아리 활동 등에 큰 도움이 됐다”며 다양한 경험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최 팀장은 학사학위 유예생들에게 “취업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며 “취업이 늦어진다고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또한 “본인에게 맞지 않은 일을 하면 괴롭기 때문에 조금 늦게 졸업하더라도 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인포그래픽 | 정가영 기자 zelda030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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