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500만 시대, 반려동물은 이제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반려동물이 언제나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가 되면서,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며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이들도 늘어났다.
│펫로스 증후군, 이별 그 이후
│충분히 아파하고 기억해야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상실감, 죄책감 등의 심리적 고통이 지속되는 상태다. 지난 6월 반려견 구름이를 떠나보낸 A(41) 씨는 “늘 나를 반겨주러 뛰어오던 발톱 소리가 들리지 않아 공허함이 컸다”며 “밥을 먹을 때마다 울었을 정도로 일상생활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의 죽음과 자신의 고통을 부정하는 데서 발생한다.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조지훈 원장은 “대부분의 펫로스 증후군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으로 바라볼 때 악화되고 지속된다”며 “고통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겪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수용과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정보대 반려동물학과 정은겸 교수는 “반려동물이 남긴 긍정적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돌보는 자세가 회복과 일상 복귀에 큰 역할을 한다”며 “내 반려동물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였는지 누군가는 행복하게 기억해줘야 한다는 사명감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례식부터 레진 목걸이까지
│보내주고, 기억하고, 함께하는 법
이에 펫로스 증후군을 잘 극복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보내주고 기억하는 다양한 방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먼저, 충분한 과정을 거쳐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장례 문화가 확산했다. 국내에 등록된 반려동물 장묘업체는 지난해 기준 200여 곳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장례 절차 또한 인간의 장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변화했다. 전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인도 하에 입관, 추모식 등 사람의 장례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을 넣고, 다시 만나자는 의미로 팔에 머리카락을 실로 묶기도 한다. 올해 초 반려견 ‘땡이’를 떠나보낸 이진하(34) 씨는 “화장 전 관에 놓인 땡이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다”며 “함께했던 추억들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들과 함께 좋아하던 장난감, 편지를 같이 넣었다. 장례를 치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장례 문화는 지난 5년간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반려동물협회 최시영 대표는 “2000년대 소형 강아지를 양육하는 가정이 늘어 2010년경부터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시작됐다”며 “이후 2020년 무렵부터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보편화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1인 가구의 증가 또한 장례문화 확산에 영향을 줬다. 반려동물을 단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정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반려동물 복지 논의가 맞물리며 ‘이별의 표현’, ‘품위 있는 이별’에 대한 요구가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장례 절차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완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최 대표는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정성을 다해 보내주는 장례를 꼭 치러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 나를 그토록 좋아했던 반려동물에 대한 예우일 수도 있겠고, 그래야만 나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고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본떠 만든 인형. [출처│유튜브 ‘강형욱의 보듬 TV’]
장례를 마친 후 반려동물을 기억하는 방식 또한 다양해졌다. 장례 이후 유골을 열로 압축한 메모리얼 스톤을 간직하거나, 늘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털을 레진에 담아 펜던트 목걸이를 제작하기도 한다. 키우던 앵무새의 깃털을 담은 목걸이를 제작했다는 B(23) 씨는 “모아놨던 예쁜 깃털들로 펜던트 제작을 맡겼다”며 “목걸이를 차고 다니며 늘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똑 닮은 양모펠트 인형을 제작하기도 한다.
│죄책감보다는 감사함으로
│함께 했던 순간을 추억할 용기
결국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우리에게는 시간을 두고 슬픔을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 원장은 “죽음은 언젠가는 일어나지만, 그것을 인식한다고 해서 꼭 불안으로 남은 시간이 가득 차는 것만은 아니다”며 “‘불안과 걱정이 아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너와 나의 마지막을 채워가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언가를 해주지 못했던 미안함보다는 함께 했던 소중함을 간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라대 반려동물학과 김병석 교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분들은 반려동물과 영원히 잊지 못하는 사랑을 주고받는다”며 “특히 사랑을 정말 많이 줬음에도 미안함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미안함보다 (함께 했던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글 | 황예지 기자 lifethine@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