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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 진열된 <캐치! 티니핑> 굿즈. [출처 | 이마트]


▲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포스터.


지난해 개봉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우리나라에서만 약 500만 명의 관객 수를 동원해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도 국내 애니메이션 극장판 중 12년 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으나, 전 연령층이 향유했던 <슬램덩크>와 달리 유아층에 기반한 실적이었다. 아직도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K-애니메이션. 이를 타파하고 K-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중문화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부모님 등골 휘는 K-애니의 성공

| 비결은 ‘유아층 저격’을 통한 부가 수입


오늘날 국내 유명 애니메이션을 거론하면 <뽀롱뽀롱 뽀로로>, <냉장고 나라 코코몽>, <로보카 폴리> 등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주를 이룬다. 전연령층이 아닌 유아층만을 공략한 애니메이션이 양산된 이유는 보장된 부가 수입에 있다. 대부분의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인형, 옷, 문구 세트 등 각종 캐릭터 사업을 미리 염두에 두고 제작되기 때문이다. 하츄핑 애니메이션이 부모 사이에서 ‘등골핑’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와 관련있다. 9살 딸을 둔 박연모(41) 씨는 “딸이 하츄핑을 접한 후 장난감 지출이 10배 많아졌다. 왜 ‘파산핑’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이현세 교수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완구나 인형 시장 덕분에 부가 수익이 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다른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보다) 수익이 보장된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집중한다”며 “수익의 연속성을 위해 캐릭터는 가능한 많이 등장하고 시즌도 계속 이어진다”고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캐릭터 산업으로 수익성이 보장된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집중해 연이어 흥행을 거두고 있지만, 이로 인한 한계점도 명확하다. 아동 시청자를 겨냥한 콘텐츠에만 주력하다 보니 애니메이션의 다양성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A 씨는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의 내용 패턴은 모두 유사하다. 어린 아이가 신비한 능력을 얻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내적으로 성숙해진다”며 “이는 어린 학생들을 고려해 나온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아이들은 열광하지만, 이런 단순한 패턴에 흥미를 얻는 어른들은 없다”고 전했다.


| 시청자층 확대 위해 웹툰과 손잡아

| 사회적 메시지 전하는 색다른 시도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계는 성인 시청층을 먼저 확보한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해 시청 연령층을 확대하려는 추세다. <마루는 강쥐>, <유미의 세포들>, <여신강림> 등 흥행에 성공한 유명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자주 시청하는 박하민(20) 씨는 “일본 애니메이션만 접하다가 재밌게 봤던 한국 웹툰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하는 사례가 많아져 신기하면서도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일본 애니가 성공한 원인은 창의성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웹툰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7월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전지적 독자 시점>, <나 혼자만 레벨업>, <연의 편지> 등 올해만 10개 이상 웹툰의 애니메이션화가 예정돼 있다. 자칭 ‘덕후’ 황지나(25) 씨는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동용만 있어) 지금 나이에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성인도 즐겨 보는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또래 친구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성인 시청자층을 계속 유입해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더 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웹툰 기반 외에도 전 연령층을 겨냥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고 있다. 개중에는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뿐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있다. 지난 2016년, 영화 <부산행>과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공유하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됐다. <부산행>이 가족애를 강조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서울역>은 노숙자, 가출 소녀 등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재난보다 더 무서운 사회를 조명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이 개봉됐다. 해당 작품은 최은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실린 단편 소설 「그 여름」을 원작으로 한다. 성장과 아픔이 교차하는 10대 시절, 두 소녀 사이에 싹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퀴어 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A 씨는 “한국에서 퀴어 장르를 다루는 등 다양한 소재의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을 시도하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 아직은 해외 시장에 밀리는 신세

| 경쟁력 얻으려면 정부의 지원 필요


애니메이션 시청층의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외 애니메이션 강국에 국내 시장이 밀리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웹툰이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못하고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상당하다. <갓 오브 하이스쿨>, <신의 탑>, <외모지상주의> 등 여러 국내 인기 웹툰들의 애니메이션화를 일본 제작사에서 맡게 됐다. 한국 웹툰이 해외로 넘어가는 현상에 대해 이 교수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인프라는 아직 해외에 비해 예산이 적고 기술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며 “애니메이션 담당자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된 해외 제작사에 제작을 맡기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이 부진한 이유는 오늘날 성인들이 TV보다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접한다는 점과도 관련 있다. 시장 구조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청층을 확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OTT에 유통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점이 우리나라에는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한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는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이미 인정받은 일본 2D 애니메이션을 매입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자 아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제작 본부를 일본에 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OTT에 배급하기 위해서는 일본 본부와 협상하고 제작을 맡기는 길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됐다”며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나설 곳이 더욱 좁아진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증진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OTT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도록 지원하기 위한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들도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깰 방법을 고민 중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인력이 부족한 데다 인건비가 비싸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쪽에 제작 하청을 맡기는 상황”이라며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가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꾸리며 도전하는 청년 제작진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들에게 장기적인 지원과 기회를 준다면 해외 시장 못지않게 질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올 것”이라 전했다.


글 | 양윤서 기자 yunseo7196@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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