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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13,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인어공주 실사 영화 예고편을 공개했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인어공주의 주인공에리얼 맡은 배우가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빨간 머리의 백인 배우가 아닌 흑인 배우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망한 반응을 내보였지만, 일부는창작자의 자유라며 디즈니가 지향하는 다양성을 응원했다


실사화 흥행 시대

두터운 매니아층·안전한 방향성


실사화란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2차원의 작품을 실제 인물들이 배역을 맡고 연기를 하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과 같은 매체로 2 창작하는 것이다. 기존 영화산업에서 실사화는 주로 아동 관객층을 대상으로 오락성 위주의 작품이 대부분이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며 영화 산업이 발전하자 영화 창작자들은 실사화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는 영화계 구조상 기존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작품들을 실사화하는 것이 창작자들에게는 여러모로 안전한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실사 영화의 증가 이유를 설명했다.



‘PC캐스팅논란된 디즈니인어공주

원작 훼손·창작자 자유


월트디즈니 유튜브 공식 채널에 실사판인어공주예고편이 올라온 이어진 반발로 해당 예고편의 댓글창은 폐쇄됐고, 트위터에서는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Not my ariel)”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더불어 에리얼의 아버지역에는 백인 배우가 캐스팅되고, 11명의 에리얼의 언니 인어들의 인종이 모두 다른 것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이번 인어공주 실사화를 두고 과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캐스팅이라고 비판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인어공주 대학생 김정현(21) 씨는실사판 인어공주가 비판받는 이유는 단순히 주연 배우가 흑인이라서가 아니다라며오랫동안 원작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모습을 사랑해 팬들의 동심을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사화에 있어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캐스팅하는 것은 순전히 창작자의 자유라는 입장도 있다. 평론가는 “(해당 작품을) PC 관점에서 생각해 적은 없다실사화는 창작자의 새로운 해석에 따라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한 인종 다양성을 중시하는 디즈니의 재해석이라고 본다 전했다. 오히려 캐스팅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논쟁들이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발휘해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평론가는기계적으로인종다양, 존중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표색하는 것은 문제지만, PC 연관지어 창작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은 도리어 영화 산업을 위축시킬 있다 전했다. 이어지난 2019 개봉한 디즈니 실사영화라이온 원작과 동일한 실사 영화였지만 작품성 측면에서 실제 동물들의 표정이나 감정 연기가 어색했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케이스라며중요한 작품성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9 개봉한알라딘 실사 영화에서 기존 백인이었던 램프 요정지니역에 흑인 배우 스미스가 캐스팅되자 초반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했으나, 개봉 이후 배우가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으며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디즈니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실사 영화피터팬&웬디팅커벨역에는 흑인 배우가 캐스팅됐으며, 내후년 개봉을 앞둔 실사 영화백설공주 백설공주역에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하는 등이 예다. 그러나 여전히 실망감을 느끼는 이들은 존재한다. 디즈니의 오랜 팬인 대학생 김윤서(24) 씨는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하고 도전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나, 기존에 정해진 백인 캐릭터들을 모든 실사 영화에서 흑인으로 바꾸는 것은 팬의 입장에서 속상할 때도 많다 전했다.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대중문화는 반드시 제작자만의 소유가 아니고 팬들과 함께하는 자산이라며더욱이 원작 팬층이 두터운 디즈니 영화의 경우 인종이 다른 캐스팅은 기존의 캐릭터 정체성을 변형하는 것이기 때문에 팬들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 지난달 13 디즈니가 공개한 실사 영화인어공주포스터.



흑인 클레오파트라·살인자 문제 제기돼

역사 왜곡·정체성 없는 원작 훼손 지양해야


평론가들은 실사화에 있어 인물의 인종을 바꾸는 나름의 변형들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으나, 그럼에도기본적인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0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클레오파트라 클레오파트라 7 역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27 관광유물부의 공식 성명을 통해해당 다큐는 이집트 역사에 대한 조작이자 역사 왜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평론가는 “PC캐스팅을 실존 인물을 다룬 다큐멘터리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가상의 주인공을 다른 인종으로 변형하는 것은 창작자 개인의 자유지만 실존하던 인물의 인종을 바꾸는 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달 6일에는 푸근한 이미지의곰돌이 살인마로 그린 영화곰돌이 : 피와 개봉하며 논쟁이 벌어졌다. 평론가는곰돌이 푸는 단순한 상업적 창작물을 넘어 캐릭터 자체가 가진 세대적 공감대와 순수성으로 인해 범세대적 동심의 아이콘으로 인식돼 왔다실사화 자체에도 충분한 명분이 없고, 캐릭터의 정체성과 해당 캐릭터가 사랑받아온 이유까지 훼손한 것이기에 해당 영화의 영화로서의 가치는 미비하다 본다고 전했다



▲ 논란이 된 '곰돌이 푸 : 피와 꿀'(리스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 제작) 


할리우드 아시아인 캐스팅 늘려야

실사영화의 진짜다양성' 추구할


평론가는 오히려 유색 인종 캐스팅 아시아인의 비율은 압도적으로 낮은 현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매년 발표되는 ‘UCLA 할리우드 다양성 보고서 2023’ 따르면 영화에서 주연 배우를 맡는 백인의 비율은 78% 달하는 반면 유색인종의 비율은 22% 머물렀다. 여전히 미국 영화산업 전반은 백인 배우의 차지라는 것이다. 특히 유색인종 아시아인의 비율은 5.1% 매우 낮았다. 평론가는원작이 있는 실사 영화 제작 과정에서 유독 인종의 다양성을 내세우고, 주로 흑인 배우만을 캐스팅하는 것도 일종의 모순이라며할리우드 전반에 걸쳐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을 실천해야 라고 전했다.

매년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실사 영화를 제작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디즈니, 그러나 흥행에 성공하며 세계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원작과 동일한 싱크로율로 제작된미녀와 야수’, ‘알라딘’, ‘크루엘라등의 실사 영화들이었다. 캐스팅의 다양성과 새로움을 추구하기 이전에, 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고, 관객과의 소통을 진지하게 모색해 때다.



▲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디즈니 실사 영화들. (왼쪽부터 '미녀와 야수', '알라딘', '크루엘라')


이나윤 기자 sugar03@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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