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여러 플랫폼에 30초가량의 짧은 영상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짧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부터,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들을 간략히 담은 짤막한 영상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영상 속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TV보다 모바일 기기가 익숙한 Z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흥행한 이 영상들은 일명 ‘숏폼’이라 불리며 유행처럼 번져,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진짜’ 요즘 것들, Z세대는
‘신인류’의 태초인 X세대(1965년~1976년 출생)는 이미 기성세대로 편입된 지 오래다. 그들이 즐겨 찾던 것들은 이미 추억 한편에 머물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 세대가 두 번 바뀌었음은 체감하기 쉽지 않다. 세상이 하루가 달리 변화를 거듭한 까닭이다. ‘요즘 것들’로 불렸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또한 차츰 ‘요즘 것들’의 자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2021년 현시점, ‘진짜’ 요즘 것들의 자리엔 Z세대가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Z세대’는 ‘2000년대 초반’의 범위를 밀레니얼 세대보다 넓게 잡으며 탄생한 세대다. 현재 이들은 대개 10대에서 30대 초반이며, 작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Z세대는 그야말로 ‘디지털 원주민’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품고 태어났다. 기술의 진보와 함께 자랐다기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기술에 몸을 담근 채 살아왔다. 연령층에 따라 아주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아이들도 다수다.
그 어느 세대보다 신기술과 밀접하게 맞닿아 성장해온 Z세대는 당연히 미디어와 친숙하다. 이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도 당연할 것이, Z세대의 특성상 이들은 평생을 여러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해왔다. 높은 미디어 접근성을 타고난 이들은 단순히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보다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며 새로운 판도를 열어갔다. 그야말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방향키를 쥔 셈이다.
│“음악도 그냥 듣지 않아요”
│‘모두’가 듣는 음악에 ‘나’를 담아내다
숏폼은 틱톡과 함께 태동했다. 하지만 출시 초반 틱톡은 그리 대중적이지 못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오글거리는 영상인가 했는데, 저도 찍게 되던데요?” 고등학생 김유람(18)씨는 중학생 때 처음 틱톡을 접했다. “처음엔 애들이랑 구석에 숨어서 찍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유치하게 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틱톡은 ‘10대들이나 아는 영상들이 올라오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틱톡은 재작년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챌린지’가 쏘아 올린 ‘챌린지 유행’에 힘입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틱톡을 생소해하던 이들도 이후 쏟아져 나온 ‘○○ 챌린지’의 성행과 함께 점차 틱톡을 친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틱톡 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틱톡 이용자는 전 세계 10억 명에 이르고, 앱 다운로드는 30억 회 이상에 달한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의 ‘모바일 현황 2021 보고서’에 의하면, 틱톡 사용자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13.8시간이다. 카카오톡(11.1시간)의 사용시간을 웃도는 수치다. 사용자의 수와 이들이 숏폼을 즐기는 깊이가 깊어진 만큼,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제작자들의 입지 또한 크게 넓어졌다.
활동 중인 SNS 총합 7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숏폼 제작자도 있다. 크리에이터 김혜민(18)씨다. 틱톡부터 시작해 점차 플랫폼을 넓혀가며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 중인 그의 나이는 고작 18세. 그 역시 숏폼 특유의 편리함 덕에 쉽게 영상 제작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가 틱톡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나이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틱톡은 “15초의 짧은 영상을 제작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고, 전문 촬영 장비나 영상 편집 지식 등이 없어도 충분히 활동이 가능해 학업과 영상 활동을 병행하고 싶었던 제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고 전했다.
단순히 개인의 흥미에서 시작된 틱톡은 점차 판이 커졌다. 그가 가진 700만의 팔로워 수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는 ‘틴스튜디오’라는 크리에이터의 창작 활동을 돕는 스타트업 회사의 창업 일원이기도 하다. 그는 “대표님과 사업 준비 전부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친구들이 가진 공통적인 고충과 문제점,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아이디어를 상품화시켜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숏폼에 직접 뛰어들어 시장을 키운 당사자인 Z세대들은 함께 숏폼을 즐기는 또래의 학생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각종 SNS 물들인 ‘숏폼 대란’
숏폼은 제작과 유통에 있어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이 편리성에 주목한 수많은 이들이 숏폼 제작에 뛰어들었고, 활발해진 숏폼 시장은 콘텐츠계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다른 굵직한 플랫폼들도 숏폼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말 인스타그램은 15초 영상 서비스 ‘릴스’를 내놓았다. 유튜브도 작년 ‘쇼츠’를 내세우며 숏폼 시장에 발을 들였다. 더 이상 숏폼은 틱톡의 전유물이 아니며, 숏폼은 ‘그들만의 놀이’도 아니다. 숏폼 판도가 계속해서 넓어지는 요즈음, 숏폼은 누군가에겐 자신을 드러내는 창구이자 업무의 일환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릴스 제작자 ‘사내뷰공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 계정으로 숏폼을 처음 만들게 된 건 인스타그램에 릴스 서비스가 막 도입됐을 때에요. 서비스 초창기에 맞춰 시작해서 꾸준히 영상을 올리면 릴스 내에서는 어떻게든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는 숏폼 유행 트렌드의 흐름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처음 도입된 릴스를 적극 활용했다.
그에게 릴스는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창구이자 동시에 진지한 마음으로 임해야 할 ‘업무’다. 그는 “릴스 제작은 지금 다니는 회사 업무 중 하나”라며 “지금은 업무도 업무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개그 욕망을 푸는 곳으로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릴스 제작이 그에겐 단순한 ‘놀이’ 그 이상인 것이다.
그는 영상 제작이 업무의 일환이 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숏폼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말한다. “일주일에 릴스 영상 3개를 만들며 회사에서 다른 업무도 봐야 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제작하려 한다”는 그의 영상은 주로 짧지만 확실하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는 “내가 잘할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연기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구성하며 소품도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그는 영상의 질적인 측면을 간혹 걱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내용을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숏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숏폼을 둘러싼 모든 부분이 여타 콘텐츠에 비해 눈에 띄게 간편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하다. 바로 이 숏폼의 확실한 ‘한 방’에 많은 이들이 매료된 게 아닐까.
여러 기업에서 숏폼을 자사 플랫폼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연이어 이뤄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도 아이들을 겨냥해 틱톡과 같은 기능을 가진 ‘키즈 클립스(Kids Clips)’를 출시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도 역시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을 즐기는 다수의 이용자를 겨냥한 것이다. 숏폼은 매초 매 순간 몸집을 불리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저한테 숏폼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예요.” 700만 팔로워 김혜민씨는 숏폼을 이렇게 표현했다. 재미로 찍게 된 틱톡을 시작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숏폼을 제작하고 비슷한 상황의 제작자들을 도울 수 있는 회사의 일원이기도 한 그에게 숏폼은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점 그 자체다. 업무의 일환으로 릴스를 제작 중이었던 ‘사내뷰공업’에게도 숏폼은 단순히 짧은 영상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숏폼을 “내 연기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해준 장르”라고 말한다. 당신에게 숏폼은 무엇인가. 당신이라면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
김유정 기자 yujeonnee@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