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킬 사람이 부족하다.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이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병력은 올해 7월 45만 명으로 급감했다. 저출산 여파와 함께 간부 선발률 또한 감소해, 2030년대 후반 한국군 병력은 30만 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세운 선택적 모병제에 관한 논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선택적 모병제, 10개월 징집 vs 36개월 복무 │전문 병력으로 전력 공백 채운다
선택적 모병제란 징병제와 모병제의 혼합으로, 병역 대상자가 징집병 10개월 또는 모병 36개월을 선택해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30만 명인 징집병 규모를 15만 명으로 줄이되, 전문화된 병력으로 전력 공백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모병을 통해 전투부사관 5만 명을 증원하고 행정·군수·교육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군무원 5만 명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병으로 군무원과 전투부사관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투력은 개선될 것이고 연간 10만 개 정도의 청년 일자리가 생겨난다”며 선택적 모병제의 이점을 강조했다. │36개월 선택할 청년은 어디에 │사람 줄어도 처우는 여전
그러나 선택적 모병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간부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선택적 모병제가 청년층의 많은 지원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군 간부들이 다른 선택지를 찾아 군을 떠나고 있다. 국방부가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1분기 육군 부사관 희망 전역 및 휴직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육군에서 희망전역한 부사관은 2021년 1분기에 비해 약 112% 증가했으나, 신규 임관 부사관은 같은 기간 약 65% 감소했다. 이들은 제자리인 간부 처우 개선, 낮은 근무비 등의 이유로 군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상지대 군사학과 최기일 교수는 “제도 논의 이전에 모병을 유인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정서와 인식의 수준에 부합해 적절한 대우와 처우가 먼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하사에 대한 처우 개선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 병장 봉급은 약 105% 인상됐으나 하사 1호봉 봉급은 약 1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병사의 끝과 간부의 시작이라는 계급 차이를 고려해도 확연히 눈에 띄는 수치다. 22년 전역한 A(26) 씨는 “최저임금으로 사회에서 자유롭게 알바만 해도 250만 원까지는 번다”며 “제대로 (전문하사를) 대우해 주지도 않는데 젊은 나이 3년을 군에서 보내는 선택을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징집병 감축을 못 박은 제도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가 추산한 최소 병력 50만 명이 2년 전에 무너진 상황에서 직접 전투 가능한 병력의 가치도 크다는 것이다. 건양대 군사학과 윤형호 교수는 “무인전투기술이 일반전투 병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증명됐지만, 그 한계가 있기에 일반전투 병력과 적절히 융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단순 기술 전문 병력의 증원으로는 전력 공백을 채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0개월의 복무가 충분한 군사 훈련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전 육군 소대장 B(53) 씨는 “복무 기간을 10개월로 정하게 된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잠재적 위협이 러시아 수준인 유럽조차 최소 1년의 징병제를 유지한다. 우리나라는 옆에 북한이 있는데 10개월 복무로 충분한 군사 훈련이 될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당면한 병력 부족의 현실 │이념적 접근 아닌 현실적 검토해야
인구 감소에 따라 현행 징병제 유지가 불가하다는 것이 상식이 된 현재, 전문가들은 전력 동원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불필요한 이념적 접근을 지양하고 징병제 복무기간 연장과 여성 징병안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기일 교수는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모병제도인 매브니(MAVNI) 제도 또한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선택적 모병제에 관한 긍정적인 의견도 존재했다.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최병욱 교수는 “핵심은 점진적 확대”라며 “국방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모병 형태의 전투 부사관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확대 중 왜 사람들이 군에 오지 않는지를 문화, 급여 등 여러 방면에서 분석해야 한다”며 “유인 가능한 동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모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 | 황예지 기자 lifethine@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