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간 협회, 노동조합 등 민간 조직에서 발급하는 민간자격증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등록된 민간자격증 수는 총 5만 5,880개로 작년 한 해에만 4,000여 개 이상 불어났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겨난 민간자격증 대부분의 취득 과정이 지나치게 간단해 전문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베이비시터 자격증처럼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도 자격 검증이 허술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베이비시터 1급 자격증 시험 응시 화면. 응시 중에도 이중창으로 교재와 기출문제를 함께 띄울 수 있다.
| 검색부터 취득까지 단 ‘10분’
| 교육 안 받아도 답 베끼면 그만
지난달 27일, 기자는 단 한 번의 시도로 손쉽게 베이비시터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터넷에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검색하자 수많은 민간자격증 사이트가 즐비했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수강료 0원, 합격률 100%’ 홍보 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간단한 회원가입만으로 사이트 내 모든 자격증 교육의 수강 신청이 가능할 만큼 자격증 취득 절차가 매우 간소화돼 있었다.
이날 기자가 베이비시터 1급 자격증을 따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본래 과정은 총 20개의 강의를 모두 수강한 후 온라인 시험에 응시해 60점을 넘기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자가 강의를 전혀 수강하지 않은 채로 시험 응시란을 눌러도 바로 시험이 시작됐다. 시험은 분유를 먹이는 방법과 같은 육아 실무와 관련된 문제 하나 없이, ‘아기의 언어 발달을 위해서는 편안하고 안정된 언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와 같은 기초적인 이론을 묻는 문제로만 구성돼 있었다. 심지어 시험을 응시하는 도중에도 교재나 기출문제 파일을 함께 띄워 대놓고 답을 베낄 수 있었으며, 그마저도 문제 난이도가 지나치게 쉬워 교재를 보지 않아도 빠르게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해당 사이트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A(35) 씨는 “지하철 타는 동안에만 강의를 들었는데도 당일에 바로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합격률 100%가 빈말인 줄 알았는데, 직접 시험을 쳐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난이도였다”고 전했다.
기자는 육아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었지만 결국 90점을 받아 자격증 취득 합격선을 넘겼다. 틀린 문제마저도 같은 선지가 반복되거나 주어진 선지 내에 답이 없는 등 오류가 있는 문제였다. 이제 자격증 발급 비용으로 9만 원만 내면 기자는 어떤 가정에서라도 자격증을 앞세워 베이비시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1급 자격증 있는데도 능력 부족?
| 전문성 파악할 방법 전혀 없어
기자가 10분 만에 취득한 베이비시터 자격증처럼, 많은 민간자격증의 취득 과정이 지나치게 간단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같은 자격증이라도 발급처에 따라 평가 방법이 달라 전문성을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 단국대 상담학과 김수임 교수는 “민간자격증의 경우 각 학회 및 협회, 온라인 교육원에 따라 시험 시간 및 방법 기준 등이 다 다르다”며 “실무 능력이 중요한 자격증도 대부분 전문적인 수련 과정 없이 취득 가능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간자격증 보유자의 전문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가 하루 만에 계약을 파기했다는 주부 B(26) 씨는 “베이비시터 1급 등 육아와 관련한 자격증을 여러 개 보유한 사람이라 신뢰가 가서 고용했다”며 “그러나 막상 일을 맡겨 보니 아기를 돌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기본적인 육아 지식조차 부족해 내가 오히려 알려주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전문 심리 상담을 받으려 했다가 민간 상담센터에 잘못 방문했다는 정현진(21) 씨는 “인터넷에서 상담 센터를 찾아볼 때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자격증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민간자격증은 이름부터 ‘심리상담사 1급’이라서 진짜 전문 자격증인지 판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는 일하는 데 별다른 자격 제한이 없어, 자격증 보유자의 전문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 정부에서 철저한 가이드라인 제공해야
| 교육원 간 자격 요건 표준화 시급해
많은 전문가가 민간자격증에 관한 표준화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북과학대 사회복지계열 신성철 교수는 “현재 문제는 민간자격증 등록도, 취득도 너무 쉽기 때문에 발생한다. 민간자격증도 결국 (보유자의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니만큼 정부 차원에서 더욱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명확한 민간자격증 평가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 또한 “법적 규제로 (교육원 간) 자격증의 발급 요건과 명칭을 표준화해 자격증의 신뢰성을 높이고, 자격증 보유자의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특히 (실무 능력이 중요한 자격증의 경우) 전문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한 수련 과정을 필수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사진 | 양윤서 기자 yunseo7196@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