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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는 지난 2007년 민간유치사업(민자사업)을 벌여 곤자가 국제학사, 지하주차장 등 학내 부대시설을 건설했다. 건설 자금은 당시 산은자산운용(현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서강사랑펀드’를 조성해 민간에서 끌어모았으며, 투자 규모는 410억 원(2012, 대학교육연구소)에 달했다. 이후 본교는 자산운용사와 함께 서강국제학사유한회사(유한회사)를 설립, 준공 이후 20년에 걸쳐 투자금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최근 9월 열린 제3차 이사회 회의에서 민자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정해진 기한 내 원금 상환이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현재(3일) 교육부에서 연장 허가를 검토 중이며, 원안대로 승인될 경우 상환 기한은 4년 뒤로 미뤄진다.


|민자사업, 학우들 돈으로 ‘할부’ 실패할 경우엔 ‘일시불’


문제는 민자사업 기간이 연장될 경우,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이 고스란히 학우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이는 다양한 민자사업 유형 중 본교가 채택한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특성에 기인한다. BTO 방식은 사업시행사(유한회사)가 민간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건물을 우선 건설(Build)하고, 소유권을 주무관청(본교)에 양도(Transfer)한 뒤, 다시 관리운영권(Operate)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건물을 지을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높은 기숙사 수요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므로 매력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설 이용료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최종 이용자(학생)가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건물은 학교가 갖고 투자금은 학우들이 갚는, 말 그대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원룸 뺨치는' 민자 기숙사비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건국대, 고려대, 연세대 총학생회는 대학가 원룸보다 비싼 민자 기숙사비를 문제 삼으며 건축 및 운영 원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승소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고려대는 민자 기숙사비의 80%가량을 원금과 이자 상환에 사용하고 있었다. 높은 민자 기숙사비의 원인이 투자금 회수 때문이라는 게 분명해진 것이다. 2020학년도 여름학기 본교 곤자가 국제학사 입사 비용은 월 41만 원 수준으로, 동기간 서대문구 지역 평균 월세인 46만 원(2020, 부동산 중개 어플 '다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민자사업 실패가 본교 재정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재작년 부산고등법원은 부산대 민자사업 시행사가 낸 손실 824억 원을 부산대가 대신 갚아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사업시행사인 효원이앤씨가 저조한 분양률로 인해 자본잠식(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금마저 까먹는 상태)에 빠졌고, 이후 투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부산대가 대납 보증을 서준 게 화근이었다. 따라서 부산대는 이번 판결에 따라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건물을 돌려받는 즉시 대출금을 뱉어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800억 원 넘는 건물을 일시불로 산 게 됐다.


유한회사 대출금 상환 ‘적신호’···대납 보증은 서지 않아


유한회사의 상황은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대시설 이용률이 줄며 수익이 반토막 나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다. 학교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유한회사는 지난해 학교 본부와  법인으로부터 각각 1억 원씩을 지원받았다. 이는 실시협약상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 따른 지원으로,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 운영수입의 75%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본교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 하지만 잇따른 지원에도 아직 30억 원가량 상환이 밀려 우리은행과 추가대출을 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유한회사가 재정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납 보증이 포함된 대출을 받았다면 본교도 부산대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확인 결과, 2018년도 제2차 이사회 회의에서 민자기숙사 대환(조기상환)에 관한 안건이 다뤄졌다. 대환이란 더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원금을 조기상환하고, 상환 부담을 더는 일종의 ‘대출 갈아타기’다. 문제는 당시 이사회가 우선 및 차선 협상자로 선정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본교의 대납 보증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서에 대납 보증 조항이 담겼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A씨는 2018년 당시 유한회사가 우리은행으로부터 만기 10년, 고정금리 3.9%, 원리금균등상환(매월 동일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을 조건으로 대환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대납 보증에 관해서는 “그런 보증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면 따로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기억하기로 교육부에 승인을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사립학교법상 사전에 교육부 승인을 받지 않으면 보증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알리미 정보공시에 따르면 유한회사는 이사회 의결이 이뤄진 이듬해인 2019년 회계연도 기간 중 원금 271억 원과 이자 11억 원가량을 산은자산운용에 일시 상환했다. 이는 총투자금 410억 원 중 2/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대환 대출을 통해 조기 상환이 가능한 ‘만기 일시상환금’으로 보인다. 나머지 1/3에 해당하는 금액은 ‘거치 후 원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이미 산은자산운용에 상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산은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끌어모은 민간 투자금 410억 원은 상환을 완료한 것이다.


유한회사는 최초 투자금을 410억 원을 상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처음에는 본교 49%, 산은자산운용이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환을 모두 마치며 본교가 현재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유한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A씨에 따르면 이는 전략의 문제다. A씨는 “만약 유한회사를 해체하고 본교가 대환 대출금 등 빚을 떠안는다면 대학 평가 등의 사안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실시협약 기간 안에는 유한회사가 상환을 맡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한회사 코로나19발 운영 수입 적자, 누가 떠안나


유한회사가 대출금을 제때 갚는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동안 유한회사가 기숙사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었던 명분은, 매년 정해진 투자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유한회사가 상환 부담을 줄인다면, 당연히 기숙사비 인하 등 혜택이 이용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밝혀진 정보에 따르면, 유한회사는 산은자산운용과 처음 10년 동안 연 8.45%의 이자만 상환하고, 남은 10년 동안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 대환 대출 조건(3.9%)과 대출금 270억 원을 기준으로 연 상환 금액 차를 산출하면, 유한회사는 매년 12억 3천만 원을 절감하는 셈이 된다.


곤자가 국제학사가 2019학년도 2학기 사생 884명으로부터 거둬들인 기숙사비 수익금은 13억 원이었다. 이것이 당해 기숙사비 총수입(39억 원)의 1/3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환으로 인한 차익의 1/3인 4억 1천만 원가량이 해당 기간 사생들에게 돌아갔어야 한다. 단순 셈법으로 1인당 월 11만 원을 인하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숙사비는 월 30만 원이다. 물론 곤자가 플라자 등 다른 시설의 이용자를 포함한다면 실제 기숙사비 인하로 돌아가는 비율은 낮아진다. 다만 2017년 대환 대출로 공공전환을 이룬 수도권 사립대 민자 기숙사비 평균은 34만 원이었다.


이용자에게 돌아가지 않은 돈은 어떻게 될까. 2017년 CBS 노컷뉴스는 경희대가 민자사업 시행사(GS건설)로부터 수익금 일부를 기부금 형태로 돌려받은 사실을 숨기고 비싼 기숙사비를 받아온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민간투자금은 학생들의 돈으로 갚는데 중간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학교가 가로챈 것이다. 건국대와 고려대 역시 2016년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공공전환 사업 자금을 받았음에도 기숙사비를 인하하지 않아 각 대학 총학생회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하지만 A씨는 “돈(대환 차익)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았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유한회사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대환 차익을 대출금 상환에 보태 더 빨리 곤자가 기숙사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과 차익을 시설 이용료 인하에 사용하는 것이다. 대환할 당시 유한회사는 전자를 선택했으나, 재정난이 심화되며 두 선택지 모두 ‘그림의 떡’이 돼버린 것이다.


|유한회사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답할 수 없어”


또 다른 문제는 투자금 상환 주체인 학생들이 관련 정보들로부터 철저히 유리돼 있다는 점이다. 유한회사는 본보의 취재 요청에 “운영·재정에 관한 부분은 실시협약 및 대출약정 계약상 비밀유지사항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A씨 또한 “유한회사는 을이고 학교가 갑인 만큼 답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 수익형 민자사업 표준 실시협약 제83조 ‘비밀유지’는 운영 정보에 대한 원칙적 비공개, 예외적 공개 허용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3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을 개정해 경영상·영업상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제외한 실시협약을 각 주무관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표준 실시협약과 반대로 원칙적 공개, 예외적 비공개를 천명한 것이다. 광운대 법학부 선지원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민간투자사업의 실시협약은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기반시설사업의 수행 내용과 조건에 관해 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것이 공개된다 해도 관련 법인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보공개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다수의 학우들은 그동안 영문도 모른 채 비싼 이용료가 찍힌 영수증을 받아왔다. 민자사업 기간 연장의 기로에 선 지금, 관련 부처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해 보인다.


글 | 주현우 기자 terry7835@sogang.ac.kr

인포그래픽 | 강혜림 기자 optimushye@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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