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이주연 전 이사가 본교 법인을 상대로 본인의 이사직 해임에 대한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는 이사해임결의에 절차적·내용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이를 무효화할 것과 법인 측에 손해배상금 3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했다. 이 전 이사는 소장에서 “이사회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 받는 것이 서강대학교의 운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마음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는 10월 13일 열린 제4차 이사회 회의에서 해임됐다. 당시 안건으로 ‘이사회 임원 해임에 관한 건’이 올라왔으며 이는 찬성 7, 반대 2로 가결됐다. 해임사유는 △지속적인 이사회 회의록 서명 거부, △이에 따른 결원 이사에 대한 보선 이사 선임 불능 상태 초래, △이사회 회의 진행 방해 총 3가지다. 이 전 이사가 해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서강사랑 2기를 통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 또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우 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법인 측에 간담회 진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인은 “간담회가 실질적인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요구를 거절했다.
┃이사해임결의의 4가지 절차상 하자
소장에 따르면 이 전 이사의 이사해임결의는 4가지 절차상 하자가 있다. 먼저 법인은 이사회 소집 절차를 위반했다. 사립학교법 제17조 3항에 따르면 이사회를 소집할 경우, 적어도 회의 7일 전 회의 목적을 명시해 각 이사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때 소집통지서가 상대방에게 전달된 때가 소집통지 기간의 준수 여부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즉, 제4차 이사회 회의는 10월 13일에 열렸으므로, 5일 24:00까지는 통지돼야 한다. 하지만 이 전 이사는 6일, 박종구 총장은 7일 소집통지서를 전달받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이사회 결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다. 법인이 이사회 소집 절차를 위반했으므로 해당 회의에서 이뤄진 결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또한 이 전 이사는 본인의 해임안 의결과정에서 당사자를 배제한 것은 본교 정관 위반이라며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본교 정관 제33조 1호에 따르면 이사장 또는 이사가 ‘임원선임 및 총장의 선임 및 해임에 있어 자신에 관한 사항’에 해당할 경우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 이때 ‘임원’과 ‘해임’ 단어 사이 부사 ‘및’이 2번이나 들어가므로, ‘해임’이 ‘임원’을 수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해당 규정은 ‘임원선임에 있어 자신에 관한 사항’과 ‘총장의 선임 및 해임에 있어 자신에 관한 사항’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임의 대상인 이 전 이사는 의결에 참여할 수 있음에도 배제했으므로 절차상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이사 측은 본인의 해임사유는 ‘징계해임’에 해당되는데 이는 본교 정관에 규정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법적 근거 없이 징계해임 절차를 진행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전 이사는 부적절한 사유로 해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3가지 해임사유 중 하나인 ‘회의록 서명 거부’는 거짓으로 작성된 회의록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를 해임사유로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두 가지 사유는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보선 이사 선임 불능’의 경우 회의록 서명을 모두 받지 않고 교육부에 제출한 법인 측에 잘못이 있음에도 법인은 이를 이 전 이사 측으로 책임을 돌렸다. 또한 이 전 이사는 이사회 회의 진행을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법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누명을 씌웠다는 것이다.
┃이사해임결의의 3가지 내용상 하자
이 전 이사는 법인이 중대한 의무를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전 이사를 해임한 이사해임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이 전 이사와 박 총장을 제외한 법인 이사들은 비정상적인 이사회 운영을 초래함으로써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는 법인이 이사회 회의록을 위·변조했으며, 다른 이사들은 이에 대한 이의제기 없이 서명했다고 주장한다.
이 전 이사는 2019년도 제3·4차, 2020년도 제3차 이사회 회의록에 서명을 거부한 바 있다. 소장에 따르면 2019년도 제3차 회의록의 경우 박 총장은 간인 임원으로 호선됐지만 회의록이 사실과 달라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자 법인은 ‘회의록 간인의 건’ 의결내용을 삭제하고 이 전 이사와 박 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임원에게 간인을 받아 회의록 최종본을 게시했다. 이후 제4차 회의록에는 ‘2명(이 전 이사와 박 총장)의 이사는 이사회 녹음파일을 이사장, 상임이사, 간사와 함께 청취하기로 함’이라고 돼 있지만, 이 전 이사는 그러한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이 전 이사와 박 총장, 황영기 전 이사는 해당 회의록에 서명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020년도 제3차 회의록에서도 초안에는 ‘총장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이 있었음에도 법인은 이를 임의로 삭제했다.
▲ 2019년도 제3차 이사회 회의록 초안 및 수정안(위), 최종본(아래)
이 전 이사는 이사해임결의가 정당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이사에게 적용된 해임사유 모두 거짓 또는 법인이 유발한 것이므로 본인의 해임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사해임결의 목적 또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법인은 총장 선거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불순한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 전 이사의 해임 전인 9월 7일, 예수회 김용수 관구장은 이종진 신부에게 총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퇴회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임기가 거의 끝난 박 총장을 내정된 예수회 총장 후보로 교체하기 위해 이종진 신부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이 전 이사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했다는 것이다.
▲ 9월 7일자 김용수 관구장이 이종진 신부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 中
이종진 신부가 이를 따르지 않자, 김용수 관구장은 재차 경고하며 총장 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이는 위력을 행사해 총장후보자 추천절차 관리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서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와 강요죄(형법 제324조)에 해당한다.
▲ 10월 14일자 김용수 관구장이 이종진 신부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中
이 전 이사는 이사해임결의에 이러한 하자가 있으므로 이를 무효화할 것과 정신적 손해 차원에서 3억 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해당 금액은 이 전 이사 측이 본교에 그동안 기부한 금액에 상응하는 규모로 산정됐다. 민법 제689조 2항에 따르면 위임계약의 경우 부득이한 사유 없이 계약이 해지될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사해임결의는 위법한 해임이므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며,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가 법인을 상대로 이사해임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본교 내에서도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소송이 이번 달 9일 진행될 제16대 총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황동준 기자 bool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