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카드를 뒤집어 삶을 읽는 동아리가 있다. 본교 유일 타로 동아리 ‘21C HERMIT’의 부회장 안주영(컴공 19) 학우를 만나 봤다.
|21C HERMIT은 어떤 동아리인지?
21C HERMIT은 국내 대학 중 유일한 타로 동아리예요. 매주 세미나를 개최해 부원들과 타로를 공부해요. 타로 카드에 그려진 그림의 의미를 정리한 자료나 도서를 이용해 선배 기수가 강의를 진행하죠. 또 부원들끼리 타로를 봐주면서 실제 내담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연습하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신촌 글로벌 대학 문화 축제 같은 행사에서 타로 부스를 진행해요.
|‘21C HERMIT’의 의미는?
‘21세기의 은둔자’라는 의미예요. 21C는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만들어진 동아리라는 뜻이에요. 저희 동아리가 2002년에 중앙동아리로 편입됐거든요. ‘HERMIT’은 은둔자라는 뜻을 가진 9번 타로 카드를 가리켜요. 흔히 말하는 ‘아싸’들끼리 모여서 즐겁게 놀자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죠.(웃음) 무리에 쉽게 끼지 못하는 이를 포함한 모든 학우들이 공통된 주제로 공감대를 이루고 함께 놀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은 동아리명이에요.
|동아리 가입 계기는?
혼란스러웠던 어린 시절, 타로가 안정적인 자아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줬기에 가입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뭘 해야 할지 같은 고민으로 두려움을 느끼던 중, 타로를 접하게 됐어요. 타로가 제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기보다는 타로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저의 고민과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타로를 통해 제 불안함과 고민을 마주한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사춘기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어요.
|타로의 목적은?
타로의 목적은 내담자들이 혼자 앓고 있는 문제를 타인에게 공유함으로써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저는 늘 타로가 상담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타로를 보는 분들 중에는 가벼운 고민을 가진 분도 있지만,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오는 분들도 많아요. 무거운 고민을 가진 분들은 타로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썩히고만 있던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동아리 활동은?
광화문에서 교외 타로 부스를 운영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어떤 기혼 내담자분께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이 눈에 띈다며 타로를 요청하셨어요. 신입 부원이었던 터라 크게 충격받고 해당 고민에 대한 타로는 봐 드릴 수 없다고 사과드렸어요. 아직까지도 생각이 날 정도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에요.
|일상생활에서 타로를 자주 활용하는지?
자주 활용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졸업을 앞두고 제게 어느 분야의 진로가 맞을지 타로를 보기도 했어요. 동아리 부원 중 한 명은 시험 전에 늘 타로를 보는 습관이 있어요. 시험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타로 카드 중 하나를 뽑고 시험 성적을 예측하는 거죠. 타로 카드를 보면 위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모르는 문제는 그 숫자로 찍기도 해요.(웃음)
|가장 좋아하는 카드는?
개인의 욕구와 욕망에 충실한 삶을 의미하는 ‘The devil’ 카드요. 저는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즉시 진행해야 직성이 풀려요. 그런데 최근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면서 여유가 없어지니 자유롭게 원하는 활동을 하기 어려워졌어요. 교수님과의 면담, 연구 등 해야 할 업무가 많아 바쁘거든요.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을 상징하는 The devil 카드처럼, 저 역시 제 욕망에 솔직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글·사진 | 조은솔 기자 eunsol0407@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