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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투키디데스 함정의 예시다. 지난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진 전교 1등은 전학 오자마자 전교 2등을 한 전학생의 추격에 두려움에 떤다. 이에 1등은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며칠씩 밤을 새우며 예민하게 대응한다. 여기서 전교 1등에 미국을, 전학생에 중국을 대입해 보자. 1등이 자신을 과도히 견제한다는 것을 알고있는 2등은 보란 듯 학원을 늘리며 받아치고 결국 감정이 격해진 둘은 전교생 앞에서 싸움을 벌인다. 이는 빼앗긴다는 두려움이 촉발한 충돌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결과다. 그리고 현재, 전교 1등 미국과 전학생 중국은 17번째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있다.


두려움이 촉발한 전쟁, 투키디데스 함정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의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강대국 간 힘의 균형이 달라졌을 때, 쇠퇴국이 부상국에게 공포심을 느끼고 필요 이상으로 과잉 견제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결과 불필요한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원전 5세기 패권을 잡았던 스파르타는 부상하는 아테네에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이에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초래한 극심한 구조적 긴장감이 양국을 무력 충돌의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하버드대 국제연구소 소장 그레이엄 앨리슨이 진행한 투키디데스 함정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총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이 있었고, 그중 12번이 전쟁으로 이어졌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역시 쇠퇴하는 영국이 신흥 강자 독일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확전됐다. 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인 사라예보 황태자 부부 암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독일에 대한 긴장 구도에 의해 전쟁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의 관점에서 현재 미중의 패권 경쟁을 바라봐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 75% 확률로 발생하는 전쟁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인가.

 

미중 패권 경쟁,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G2(Group of 2)’라 지칭된다. 2020년 중국 외환 보유고의 90% 이상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임이 알려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강도질 당하는 돼지 저금통 신세와 다름없다며 중국 중심 공급체인에서의 탈피를 선언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봉쇄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압박에서 시작됐다. 20195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화웨이의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R&D 투자액 세계 1위로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화웨이에 대한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20208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법안을 개정했다고 전하며 중국 뿌리 밟기에 나섰다.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하지 않은 반도체가 거의 없는 만큼 사실상 화웨이의 거래를 원천 봉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전쟁을 초래했다. 현재도 그는 자신이 재선할 경우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60%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패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호소하며 중국을 막아주겠다외치고, 국민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바통을 넘겨받은 바이든 행정부 역시 과도한 견제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211115일 바이든 대통령은 건설에 미국산 철강과 자재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에 서명했다. 그는 ‘Buy American’을 외치며 저가 수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겨냥했다. 관세 측면에서도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피츠버그에서 미국 철강노조를 만나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제안했다. 그는 중국 철강 제품의 저가 수출 공세가 가능한 이유는 정부 보조금 때문이라면서 그들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중국이 철강을 과잉 생산해 세계 시장에 낮은 가격으로 덤핑*함을 지적했다.

 

미중, 전쟁 피할 수 있을까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옌쉐퉁 원장은 홍콩 포럼에서 지난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경쟁은 계속하겠지만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이해에 도달했다면서도 그것이 양국 간의 경쟁이나 갈등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16번의 함정 중 12번의 함정에서 발생한 전쟁을 미중은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무력 충돌을 부정하는 입장은 핵무기의 존재가 미중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을 제한할 것이라 주장한다.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15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인 미국과 소련의 냉전과 유사하게 양국의 핵무기 보유가 전쟁 발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핵 무기를 갖춘 상태에서의 전면전은 필연적으로 인류 절멸의 파국을 초래하기 때문에 양국이 서로를 선뜻 공격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한편 그레이엄 앨리슨은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고 그 시발점은 한반도나 대만 등 제3지역이 될 수 있다며 양국의 무력 충돌을 확신했다.

거대 양국이 국제적 무정부 상태에서 1등을 놓고 다투는 시점에 패권 전쟁의 승자를 예단하기란 어렵다. 한쪽 편에 서 상대방을 끊어내는 무조건적인 뺄셈의 정치보다는 미중 간 조화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 황예지 기자 lifethine@sogang.ac.kr

 

*덤핑 : 수입, 지출을 무시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대량으로 파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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