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회전목마 앞에 두 사진가가 있다. 한 명은 “단돈 5천 원에 사진 찍어드립니다”라며 홍보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여러분의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을 5천 원에 평생 간직하세요”라고 말한다. 같은 가격이라면 소비자에게는 후자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자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상품을 홍보했으나 후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의 가치를 전달해 소비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저서 『마켓 4.0』에서 ‘우리 기업이 얼마나 판매를 높였고 이익을 창출했는가’보다 ‘우리 기업에 대해 고객이 얼마나 많이 알게 되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중심적인 시각을 버리고 고객 중심의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 믹스도 판매자 중심의 ‘4P’에서 고객 중심의 ‘4C’를 거쳐 경험을 핵심으로 하는 ‘4E’로 발전하고 있다.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마케팅
마케팅 믹스 4P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을 말한다. 고객이 프로모션을 통해 제품을 접하고 구매 의사가 있다면 유통망에서 가격을 지불해 그 제품을 얻는다.
카페를 예시로 들어보자. 제품 영역에서는 직영 매장들이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표준화 전략을, 가격 영역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원가 우위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유통 영역에서는 자사의 커피를 편의점에서도 판매하고, 촉진 영역에서는 타 광고보다 인터넷 광고를 중점적으로 할 수 있다.
4P는 일방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고객의 필요를 배제한 채 제품을 만들고 기업의 방식대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소비자 우위의 시대, 그리고 고객들이 많은 정보를 가진 정보화 시대에는 생산자 관점의 시각이 아닌 고객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고객 관점에서 새롭게 마케팅을 정립해야 할 필요성에서 고안된 4C는 고객 가치(Customer value), 구매 비용(Customer cost), 고객 편의성(Convenience),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말한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하는 4P의 제품 개념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제품을 만드는 4C의 고객 가치 개념으로 보완된다. 가격은 단순히 제품의 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수준과 기타 비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유통은 편리성과 관련이 있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나아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촉진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이 자사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고객과 상호작용을 하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이전에 4P 전략을 활용했던 카페는 고객의 가치를 반영해 4C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시즌 메뉴를 다양화하며 트렌드에 맞는 텀블러를 판매하고, 등급별 할인 제도를 도입해 가격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배달 앱에 입점해 편리성을 증가시키고,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이성적인 정보와 사고를 중요시하는 정보 사회에 뒤이어 경험을 중요시하는 감성 사회가 도래했다.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경험을 새로운 차별적인 요소로 내세우는 것이다. 4E는 고객을 넘어 경험에 집중하면서 마케팅 믹스를 더욱 총체적으로 만든다.
고객 전도사(Evangelist), 열광(Enthusiasm), 체험(Experience), 교환(Exchange)을 의미하는 4E는 고객에게 독창적이고 높은 감성적 부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우선 ‘고객 전도사’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열광’은 고객이 만족을 넘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현상으로 브랜드 가치 평가의 척도가 된다. 다음으로 ‘체험’은 브랜드가 4P의 유통과 4C의 편의성을 넘어 체험 영역에 있는 것으로 고객 전도사와 열광 모두 체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교환’은 기업의 일방적인 촉진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고객들이 서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행동을 의미한다.
애플은 4E 전략을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애플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신제품 출시일에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구매한다. SNS에 자랑한 제품 사진은 큰 홍보 효과로 이어지며 서로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또한 애플스토어에서 친절한 직원의 설명과 함께 모든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광고 회사 사치앤사치 전 CEO 케빈 로버츠는 “이성과 감성의 근본적인 차이는 이성은 결론을 낳는 반면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고객의 욕구와 구매 행동이 변화함에 따라 마케팅 믹스도 이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 감성이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구매의 동력이 되는 시대에는 새로운 마케팅 믹스 4E가 필요하다.
김혜지 기자 hyeji0720@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