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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여정의 시작, 웰다잉


①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다. 웰빙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이제는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번 기획에서는 삶의 마지막 여정에 대한 준비, 웰다잉을 다뤄본다. <편집자주>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9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나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다.

[출처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직장인 최인정(42) 씨는 최근 웰다잉 교육을 수강했다. 주변 지인들의 건강 악화로 죽음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깝게 다가오며 이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웰다잉(well-dying)이란 자신의 죽음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죽음을 갑작스러운 끝이 아닌 잘 준비된 마지막으로 받아들여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사후 장례 절차와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하고, 주변 지인들과 죽음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등 ‘좋은 죽음’을 위한 모든 준비들이 웰다잉의 일환이다. 우리는 웰다잉을 준비하며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재정비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남아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나’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최 씨는 “웰다잉 교육을 들은 후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 힘을 얻었다”며 웰다잉이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존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이 있었으나 웰다잉 교육을 통해 죽음을 이해하니 그 두려움이 사라졌다”며 “당하는 죽음이 아닌 준비하는 죽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웰다잉을 향한 첫걸음


최 씨처럼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며 웰다잉이 하나의 죽음 문화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웰다잉 교육, 버킷리스트 작성, 유언장 작성, 임종 체험 등 죽음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 웰다잉을 다루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2016년에 도입된 연명의료결정법이 그 시작이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 치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스스로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더 이상의 연명 치료가 의미가 없는 말기 환자들이 불필요한 처치 없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76세의 김 할머니가 의료 검사 도중 의식을 잃으며 뇌사 상태가 되자 가족들은 할머니의 존엄한 죽음과 연명 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그의 생전 의사를 근거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법적 근거 없이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를 거부해 소송이 진행됐고, 대법원은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환자에게 이뤄지는 연명 치료는 인간의 행복추구권과 존엄성을 해한다’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한 중요한 판례로 남았다. 이후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2016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억지로 이어 나가지 않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존엄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존엄한 죽음 약속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며 연명 치료 희망 여부에 대해 환자들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마련됐다. 자신이 임종 과정에 놓였을 때 생명을 단순 유지하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향서로, 생애 말에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 수는 2021년 101만 8,056명, 2022년 142만 2,434명, 2023년 194만 1,231명을 기록하며 매년 약 50만 명 이상이 추가로 작성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엔 누적 등록자 수가 257만 명에 달했다.


철학을 공부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래 숙고해왔다는 박문규(73) 씨 역시 작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불의의 사고 혹은 중병으로 병실에 누워 그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박 씨는 “연명 치료로 가족들에게 정신적,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아 오히려 생애 말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이 바라는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글·인포그래픽 | 조은솔 기자 eunsol040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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