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안전한 인공지능을 꿈꾸며
-이루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소송의 법적 쟁점은?-
올해 초,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혐오 발언과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2016년부터 연애 분석 앱을 통해 모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을 모방해 대화를 생성하는 프로그램이다. AI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본보는 이루다가 던진 쟁점과 현황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공동소송 법률 플랫폼 '화난사람들' 제공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 및 서비스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유출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공동소송 법률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스캐터랩이 이용자들의 대화 내역을 딥러닝 학습데이터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명시적인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개인정보가 제대로 가명처리 됐는지가 소송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시적 사전 동의 여부는?
스캐터랩은 자사 앱 '연애의 과학', '진저' 등의 개인정보 취급방침에서 '신규 서비스 개발 및 맞춤 서비스 제공'에 개인정보가 이용될 수 있음을 고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규 서비스'라고만 기재했기에 이용자들이 사용한 앱과 무관한 이루다 학습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사용될 것이라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이번 소송의 법률 대리인 김상현 변호사(법무법인 태림)은 “앱의 이용약관을 보더라도 ‘서비스란 해당 앱 서비스 및 이와 관련된 제반 서비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이루다 학습데이터로 사용할 목적이었다면 구체적으로 사용 계획 및 범위 등을 명시해 동의를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하여 카카오톡 등의 대화내역은 이용자 뿐만 아니라 대화 상대방의 개인정보에도 해당하지만 스캐터랩은 대화 상대방에게는 어떠한 동의 또는 고지절차 등을 모두 거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가명처리 여부는?
논란의 중심에 선 가명처리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과정이다. 스캐터랩은 이루다의 학습데이터에 대해 완벽한 가명처리 및 비식별 조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루다와의 채팅 과정에서 특정인의 주소, 계좌번호 등이 공개되며 완벽한 가명 처리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김 변호사는 “행정부 관계부처가 발행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에서도 비식별 정보가 재식별되거나 재식별 가능성이 현저하다면 비식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며 “비식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개인정보는 활용 시 이용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보위 중심 규제 처리, 정보 주체 권리 확대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인 개인정보위원회(개보위) 중심의 일원화된 개인정보 규제 처리를 강조한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개별 업체에 가명처리 및 개인정보의 보관까지 맡겨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개별 업체들로부터 위탁받은 전문기관에서 가명정보화조치 및 해당정보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AI 시대에 발맞춰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 방법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정보주체의 적극적 권리행사 지점을 확대하고 관련 절차들이 데이터처리 전 주기를 고려해 섬세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민진 기자 nancy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