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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 우리를 과거로 이끄는 진한 향수


시간이 멈춰 선 곳에서, 노스탤지어를 느끼다


바야흐로 ‘노스탤지어’가 지배하는 시대. 청년들은 디지털카메라에 열광하고 TV에서는 80년대 배경의 드라마가 흥행한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과거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기획 면에서는 ‘노스탤지어’가 우리 사회와 청년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태극당 내부 전경.


▲ 태극당의 레트로풍 액자.


최근 많은 기업은 노스탤지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예스러움을 살린, 소위 ‘레트로’ 감성이 묻어난 공간 속에서 소비자는 마치 자신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태극당’ 본점은 노스탤지어 마케팅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태극당은 1946년 서울 명동에서 문을 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긴 제과점이다. 1973년 서울 장충동으로 옮겨와 지금에 이르는 이곳은 건물 내·외부가 1980~90년대 배경을 연상케 하는 특징들로 가득하다. 한자로 적힌 상호 간판과 계산대에 놓인 ‘카운타’라고 적힌 명패,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달 27일 이곳엔 주로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자리를 메웠다. 대학시절부터 이곳을 방문해 왔다는 김주홍(56) 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테리어도 거의 변하지 않았고 빵 맛도 그대로라서 이곳에 올 때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전했다.


기자는 쇼케이스 속 ‘버터케이크’를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1980~90년대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버터케이크가 이곳에서 여전히 생산되고 있었다. 분홍색과 흰색을 적절하게 섞은 버터 크림에, 케이크 전용 꽃잎 장식품을 넣어 그 시절 감성을 입혔다. 방문객 조희재(가명·55세) 씨는 “어머니 생신 케이크 장만을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며 “옛날부터 늘 이곳 빵을 즐겨 드셨는데 최근 거동이 불편하셔서 이젠 제가 사다 드린다”고 전했다. 이곳이 여전히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옛 멋을 드러내면서 현대미와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점에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박세범 교수는 “레트로 마케팅은 과거의 단순 반복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기성세대로 하여금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으켜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증진시킨다”고 전했다.


▲ 학림다방 내 골동품 진열공간.


노스탤지어 마케팅을 진행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학림다방’은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카페로, 1956년 문을 열었다. 서울대 문리과대학 축제였던 ‘학림제’에서 명칭이 유래된 이곳은 우리나라 다방문화의 역사와 전통을 지난 60여년간 지켜오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이곳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묵은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낡은 탁자와 소파, 그리고 한쪽 벽면에 즐비하게 놓여 있는 ‘LP판’은 몇 십년 전으로 타임슬립한 느낌을 받게 했다. 10여년 전 아버지로부터 이곳을 물려받았다는 학림다방 사장 A 씨는 “키오스크로 주문하거나 음료를 직접 받으러 가는 현대식 카페문화와 차별점을 부각시켜 다방만이 가진 문화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오래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엔 과거 젊었을 적 방문했던 손님이 세월이 흘러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A씨는 “3~40년전에 방문해주셨던 분들이 이곳 분위기와 커피 맛이 생각나 다시 찾아와주시는 경우도 꽤 많다”고 전했다.


노스탤지어는 미디어콘텐츠를 통해서도 드러날 수 있다. 2010년대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아직도 복고풍 드라마의 정석으로 꼽힌다. 소품, 패션, 거리 분위기 등 1980~90년대와 연관된 모든 요소를 총망라해 시청자들의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드라마에선  ‘가족’, 그리고 ‘이웃’ 간 유대관계가 잘 드러난다. 


<응답하라 1988> 7화에서 등장인물 ‘진주’에게 줄 크라스마스 선물을 논의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 그리고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이 그 예다. 최근 <응답하라 1988>을 다시 돌려보고 있다는 권은정(54)씨는 “맛있는 음식을 이웃집과 늘 나눠먹던 과거 기억이 드라마 속 장면들과 오버랩됐던 부분이 많았다”며 “시대가 흐르면서 이웃 간 왕래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아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바야흐로 2024년, 대한민국은 ‘개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혼밥’ ‘혼코노’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성세대 시청자들은 개인주의가 만연해진 현대사회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들을 드라마로 재발견하며 비로소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느낀다.


글·사진 | 조중민 기자 kyjee5515@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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