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ding to KBO 리그

① 공으로 연결된 우리 ··· 야구, 좋아하세요?

▲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경기를 볼 수 있다.

지난 12일 햇볕이 강렬한 오후 1시, 곧 있을 야구 경기에 대한 기대를 품고 달리는 2호선 열차가 설렘으로 가득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팬들은 일제히 응원 도구가 담긴 가방을 챙겼다. 5번 출구를 나서니 각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맞춰 입고 승부를 점치는 학생들,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쓴 골수팬들이 입장을 앞두고 있었다. 공식 배달 존인 5번 출구 앞은 배달원 혹은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날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돼 두 팀이 같은 날 연속해 두 경기를 치르는 ‘더블헤더’가 예정된 날이었기에, 3시간 동안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함께 뜨거운 경기가 진행됐다.

KBO 리그는 9명으로 구성된 양 팀이 9회에 걸쳐 승부하며, 약 3시간 정도 경기가 이어진다. 이날 기자가 관람한 경기는 원정팀인 KT 위즈가 선공, 홈팀인 두산 베어스가 후공으로 진행됐다. 선발 명단이 전광판에 띄워지자 터져 나오는 함성과 함께 첫 번째 타자 로하스가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섰다. 곧이어 KT의 2번 타자 강백호와 3번 타자 문상철이 연타석 홈런을 치며 기선제압에 나섰으나, 2회 말 3명의 타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허경민의 안타로 두산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7회까지 두산은 총 11점 득점에 성공, KT는 8회 초 가까스로 2점을 추가했다. 8회 말 두산의 홍성호가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12:4로 두산이 완벽한 승리를 가져갔다.

KBO 리그의 매력인 응원 문화도 경기 관람의 재미 요소였다. 한국의 야구 응원 문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명한 팝송이나 가요를 개사해 따라 하기 쉽고, 공격 시 타자들을 위한 개인 맞춤 응원가도 존재한다. “승리를 위해 힘차게 날려라~” 두산의 허경민이 타석에 서자 팬들은 경건한 모습으로 웅장한 응원가를 불렀다. 곧이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타자가 응원에 부응하듯 경쾌히 안타를 치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졌다. 출루한 타자의 응원가는 배로 크게 울려 퍼져 기자도 신나게 따라 했다.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던 KT 팬들도 타자가 타석에 서면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을 보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신이 나 춤을 추기도, 절망하기도 했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한편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도 팬들을 행복하게 한다. 기자는 ‘야구장 치맥’ 로망을 실현하고자 뜨거운 태양볕 아래 치킨과 맥주를 즐겼다. 경기 중간중간 맥주 탱크를 맨 ‘맥주보이’가 돌아다니며 페트병에 맥주를 채우기도 했다. 팬들은 실점한 선수를 실망한 표정으로 내려보다가도 음식으로 기분을 전환하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팬들은 경기의 승패와 구단의 순위를 떠나 진심이 가득 담긴 애정으로 야구에 빠져있었다. 매년 하위권을 차지하는 한화 이글스를 10년째 응원하고 있는 박종문(38) 씨는 “투수가 좋은 공을 뿌리지 못해도 뒤에서 막아주는 팀원들이 존재한다”며 “승패를 떠나 서로의 공에 책임지며 끈끈한 연대를 보이는 것이 야구팀의 매력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4년째 키움 히어로즈의 팬인 임시연(16) 씨는 “공 하나에 경기 결과가 뒤집히며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는 것이 짜릿하다”며 “응원하다 보면 자연스레 팀에 진심이 된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야구장에 자주 놀러 갔던 경험으로 14년째 NC 다이노스의 팬인 변혜영(23) 씨는 “단순히 선수들끼리 하는 공놀이에 불과했다면 야구의 매력은 크지 않았을 것” 이라며 “응원하는 팬들과, 그 함성을 들으며 힘을 얻는 선수들의 유대감이 감동을 준다”고 전했다. 좋아해 온 기간도, 응원하는 팀도 모두 달랐지만, 그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야구, 좋아합니다.

글·사진 | 황예지 기자 lifethine@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