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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그 깊고도 어두운 터널 속으로


② 줄줄이 이어지는 고통, 집단 트라우마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 그 중에는 의도치 않은 고통스러운 경험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경험은 트라우마가 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트라우마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극복 방법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만원 지하철에 타거나 밀집된 장소에 가면 참사 현장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면서 당장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대학생 이하연(22) 씨는 또래 청년들이 한순간에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겪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전했다. 이 씨의 경험은 집단 트라우마에 해당한다. 집단 트라우마는 사회 전체에 심리적 충격을 유발할 정도의 큰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와 피해자의 주변인을 비롯한 사회 전반이 겪는 트라우마를 뜻한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규모 참사 외에도 각종 자연재해와 전쟁 또한 집단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에 속한다.


집단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는 회복 과정에서 공동체와 안전에 대한 믿음이 손상될 수 있다. 대학생 A(24)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배를 탈 때마다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원인 사건의 규모가 큰 만큼 빠른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집단 내 불안감이 고조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에서 여러 차례 일어났던 동양인 혐오 범죄와 관동 대지진 이후 발생한 조선인 학살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은 개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의 무력감이나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다. 2017년 광주 트라우마 센터가 1980년 5.18을 경험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2.3%가 5월이 되면 무언가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오월 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 조사 결과, 40.7%의 응답자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에 대한 불안과 무거운 사회 분위기 때문에 겪는 우울감 또는 불안감을 의미한다.


충격적인 사건을 직접 겪지 않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되기만 해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도 집단 트라우마 중 하나이다. 신림역 근처에 거주하는 대학생 B(22) 씨는 “신림역 흉기 난동 범죄 영상을 SNS에서 접하고 집밖에 나가기 무서워졌다”며 “모자이크 없는 유혈 묘사 장면을 보고 큰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주혜선 원장은 “자극적인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가 충격을 받아들이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소요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따라 심리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해당 영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 | 이채연 기자 mu1321@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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