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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그 깊고도 어두운 터널 속으로


③ 병들어가는 경찰 공무원, 직무 트라우마 심각해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 그 중에는 의도치 않은 고통스러운 경험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경험은 트라우마가 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트라우마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극복 방법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직무 수행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경찰 공무원이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PTSD 치료를 받는 경찰 공무원은 2020년 46명, 2021년 57명, 2022년 6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우울증 진료를 받고 있는 경찰 공무원 또한 2020년 1,104명에서 2021년 1,471명, 2022년 1,844명으로 3년 동안 67%나 증가했다. 경찰 공무원은 직무 특성상 폭력 사건, 사망 사건, 범죄 현장 등 폭력적이고 참혹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데, 이러한 상황들은 경찰 공무원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경찰 공무원 A(37)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사망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몇 달간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나고 출근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 심리 상담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시에는 경찰을 그만둘 생각을 할 정도로 심각했다”며 “4년이 지났지만 떠올리면 여전히 심장이 떨린다”고 답했다.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에 그치지 않고 자살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 공무원이 매년 20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이들을 위한 심리 지원의 필요성을 키운다. 2018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최근 5년간 경찰 공무원 자살 사망자는 124명이었다. 한 해 동안 평균 20.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현재 경찰청은 경찰 공무원들의 심리 지원의 일환으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음동행센터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찰 공무원이 겪는 트라우마, PTSD 등 정신적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시설이다. 심리 상담을 위주로 하며 병원과도 연결돼 있어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 연계해 지원한다. 마음동행센터는 현재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 시도별로 1곳, 서울에는 2곳, 총 18곳이 운영 중이다. 센터를 이용하는 경찰 공무원은 최근 5년 사이에 3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센터를 이용한 경찰관은 1만8,962명으로, 2019년 6,183명, 2020년 8,961명, 2021년 9,940명, 2022년 1만4,218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18곳의 마음동행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 인력은 36명에 불과해, 수요에 비해 시설과 상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담사 1명당 1년에 경찰관 340명을 담당하는 꼴이다. 또한 센터는 각 시도경찰청에 1곳씩 밖에 없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모든 경찰 공무원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경찰공무원의 자살 현황 및 예방에 관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민간 심리상담소의 상담사는 경찰 업무의 특수성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경찰 공무원을 상담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경찰 공무원을 전담하는 전문 상담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 공무원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때이다.


글 | 박주희 기자 juhui1120@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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