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MZ’하지 않습니다
④ MZ세대와 X세대, 서로소 아닌 교집합 찾아야
M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와 사회의 뜨거운 관심은 쉬이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일반화로 이어진다.
이제 'MZ'라는 두 글자에 의해 가려지는 것들에 주목해야 할 때다. <편집자 주>
X세대, MZ세대 등등 세대를 구분하는 각종 용어가 난무하는 요즘, 세대의 본질은 무엇일까? ‘요즘것들연구소’의 소장이자 세대 간 화합을 제시한 책 『세대 공존의 기술』, 『이젠 2000년생이다』를 집필한 세대 전문가 허두영 작가에게 ‘세대론을 이해하는 바람직한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X세대와 MZ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단연 집단성과 개인성의 차이입니다. MZ세대는 X세대 이상 선배들이 집단성이 강하다고 인식하고, 선배 세대는 후배들이 개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활동이 바로 회식, 체육대회, 등산 같은 것들입니다.
Q.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X세대와 MZ세대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X세대가 성장하던 시기의 대한민국은 1인당 GDP가 1,000달러 내외로 국가나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고, 개인의 희생 또한 당연시되던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현 우리 사회의 1인당 GDP는 1~2만 달러에 경제성장률은 3% 내외의 저성장기로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선배 세대보다 훨씬 서구화되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X세대보다 MZ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셈입니다.
Q. M세대와 Z세대를 하나의 세대로 묶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MZ세대는 과도하게 넓게 묶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한 세대를 10~15년 정도로 구분합니다. MZ세대는 1980년에서 2010년까지 30년을 한 세대로 보는 셈인데, 회사로 따지면 신입 사원부터 임원까지 한꺼번에 묶는 꼴인 것이죠. 젊은 기업의 임원이기도 한 M세대와 아직 중고등학생인 Z세대가 같은 범주로 묶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Z세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석 달이면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마당에, 이러한 두루뭉술한 고객 세그먼트(Customer Segment)는 정교하고 유의미한 세대 분석과 소통을 오히려 어렵게 만듭니다. 세대별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반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인 M세대는 Z세대와 함께 MZ세대라고 부르는 것에 큰 거부감은 덜해요. 하지만 Z세대는 그들을 MZ세대로 부르는 게 불편해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Z세대일수록 MZ라는 용어에 관심이 덜한 것 같아요. 애초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Q. 언제부터 MZ라는 용어가 범사회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나요?
언제부터 MZ라는 용어가 기업, 언론 등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냐하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 언론에서 MZ세대라는 용어의 본격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정치권 점차 일반인에까지 회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구글 트렌드에서 ‘MZ세대’를 검색해보면, 세계적으로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 6월부터입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 5월께부터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언급 건수가 폭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나눠 부르다가 어느 날 한 세대로 묶은 것입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작명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선배 세대들이 보기에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비슷해 보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Q. MZ세대론이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어느 정도는 MZ세대를 상업화하는 게 필연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MZ세대고, 현재 기업의 생존은 이들에게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젊은 스타 연예인을 등장시켜 광고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입니다.
Q. 세대론은 바람직한 구분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 세대를 구분하는 적절한 방법이 있을지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혹자는 세대를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것에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각종 미디어에서의 지나친 세대론, 세대 논의를 경계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개인도 있고요. 오히려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일리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세대에 관한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세대를 구분해서 논의하는 것은 세대 간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자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이 많기 때문이죠. 세대에 관한 논의 자체가 없다면 세대 간 이해와 화합을 위한 ‘기회의 창’마저 닫히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MZ세대 중 자신의 MBTI 유형을 모르는 경우가 드뭅니다. 왜 하는 걸까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려는 취지가 강할 것입니다. 이렇게 진단 도구를 활용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듯, 세대도 잘 구분해서 유형화하면 얻을 수 있는 유익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상호 이해와 소통의 실마리를 찾고 화합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Q. MZ세대의 특징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 기업에서는 MZ세대의 특징을 어느 정도 일반화하기도 합니다. 내·외부 고객과 소통 시 수월한 측면이 있거든요. 가끔 SNL의
Q. 세대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모든 세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선후배 세대뿐 아니라 사람은 다 다릅니다. 그래서 소통 시에 다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됩니다.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에 집착하는 특성이 강합니다. 그래서 외국인을 보는 시선 등 다양성 포용에 인식이 서구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편이죠. 특히 세대 다양성의 이슈는 다름의 이해가 더 필요한 영역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처럼 세대 차이와 갈등이 크게 쟁점이 되는 나라는 없는 것 같아요. 과거 70여 년 동안 급성장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내 전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그런 것 같아요. 먼저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를 이해하려고 더 노력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것도 사랑의 시선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일방적이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줄탁동시’라는 한자 성어 있잖아요?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부리로 껍질을 쪼는 노력을 해야 하듯이, 선후배 세대가 서로 다름을 이해하려고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MZ세대와 X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허두영 작가의 저서 『이젠 2000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