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참교육은 정말 ‘참’한가요

① 21세기 참교육의 현주소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직접 복수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부터, 문제아를 선도하는

웹툰 <참교육>까지. 참교육은 분야를 막론하고 등장하는 단골 창작 요소다.

창작물 속에는 혐오 표현과 폭력이 난무하고,

영상 소비로 얻는 통쾌함 속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쉽게 잊힌다.

우리가 열광하는 참교육이 진정 참된 교육이 될 수 있는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번호판을 가리고 운행 중인 오토바이가 멈춰 서자, 촬영자는 가리개를 들치고 번호판을 찍는다. 이어 수집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운전자를 경찰에 신고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촬영자가 신고한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사례는 7개월간 총 5,601건에 달한다. 그는 ‘7월에 신고 건수가 준 걸 보니 자신의 딸배 참교육이 성공한 것 같다’며 자랑한다. 유튜버 ‘딸배헌터’가 ‘2,700만원 치 신고하고 왔습니다 고양대첩- 2편’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이 영상은 조회 수 82만회를 기록했다. 영상 댓글에도 ‘불법운전자를 참교육 해줘서 고맙다’, ‘고양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신호를 지키기 시작했다’ 등 우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참교육은 80년대 억압적인 교육 환경 속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휘시키자는 교육적 목적을 갖고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전교조)에서 탄생시킨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 ‘참교육’은 사회적 비난이 되는 대상을 응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 ‘깡냉이톡썰 몰아보기 - 참교육 모음 16편’은 모두 피해를 주는 상대를 곤란하게 하거나 똑같이 갚아주는 결말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참교육 콘텐츠가 복수 서사를 띄는 이유에 대해 김세연 미디어비평가는 “참교육 콘텐츠의 주된 수요층이 복수라는 행위가 가진 폭력성을 즐기기 때문”이라며 “악인을 응징한다는 명분하에 죄책감 없이 쾌감을 누리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참교육 콘텐츠에서 폭력은 주된 갈등 해결 요소로 사용되는데, 이는 참교육물이 공유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 때문이다. 한 이야기 당 1~2화로 구성된 네이버 웹툰 ‘참교육’은, 학생들이 집단 폭행이나 교권 침해 같은 행동으로 갈등을 고조시키면 주인공이 무력으로 이들을 제압하고 선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서사구조를 갖는다. 김 비평가에 따르면 단편 서사물은 인물의 상황이나 고민을 간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 속에서 독자는 수단의 정당성보다 응징을 통한 결과에 집중하게 된다. 참교육 콘텐츠에서 자주 등장하는 폭력이 독자들에게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김 비평가는 “맥락이 부재한 파편화된 서사 속에서 독자는 합리적 판단을 방해받고 폭력을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하에 정당화시킨다”며 참교육 콘텐츠 속 폭력 서사가 남발하는 이유를 지적했다. 현재 참교육의 쓰임은 그 어원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전교조 현경희 편집실장에 따르면 참교육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동시에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사회구조적 모순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현 실장은 “현대 참교육의 활용 양상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이다’와 같은 개개인의 만족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무심코 쓰는 참교육에 ‘교육’의 가치가 존재하는지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다. 박성준 기자 psjpjs1234@sogang.ac.kr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사이툰>]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