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를 사용해 체중을 크게 감량한 사례가 알려지며 위고비 열풍이 불고 있다. 실제로 위고비는 올해 4월 이후로 매달 7만 건 이상 처방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모양새다.
그러나 위고비의 인기가 날로 치솟음에 따라, 극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위해 정상 체중임에도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받는 이들이 늘며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위고비를 정상 체중인 사람들에게 처방해 주는 ‘성지 병원’ 리스트가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거나 환자 본인이 임의로 용량을 조절해 투여하는 등 여러 위고비 오남용 사례도 증가했다.

▲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위고비를 처방해 준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처방 원해요” 한마디에 처방전이 뚝딱
│비만 아닌데 ··· 고용량도 빠른 처방
지난 15일, 기자가 ‘위고비 성지’로 불리는 의원 두 곳을 방문해 봤다. 종로 5가에 위치한 A 의원에서는 진료실에 입장한 지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진료가 끝났다. ‘위고비 처방을 원한다’는 기자에게 의사는 지병과 가족력, 위고비 사용 여부, 그리고 키와 몸무게를 물었다. 지병이 없고 위고비를 사용해 본 적도 없다고 답하자 의사는 기자 앞에 쌓인 팜플렛 더미를 가리키며 주사법과 부작용을 짧게 설명했다.
비만 치료제 처방을 위한 BMI 수치 확인 또한 형식적이었다. 병원은 환자의 키와 몸무게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 환자가 말하는 키와 몸무게를 그대로 받아 적은 후 ‘네이버 BMI 계산기’에 입력할 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키와 체중을 속여서라도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BMI 지수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위고비를 처방하도록 허가한다. 그러나 의사는 기자의 BMI 지수가 22임을 확인했음에도 바로 위고비를 처방했다.

▲ 기자가 받은 위고비 처방전.
종로 3가에 위치한 B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기자의 키와 몸무게를 말하고 ‘0.25mg 용량을 한 달 동안 맞았으며, 0.5mg 용량으로 증량을 원한다’고 거짓말을 해 봤다. 위고비를 맞아 봤다는 기자의 말에 의사는 별다른 설명 없이 처방전을 내 줬다. 비교적 고용량을 요구했음에도 사실 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간단하고 빠른 처방이 이뤄졌다.
│환자가 임의로 ‘나눠맞기’도
│위고비는 부작용 없는 ‘만능 약’ 아냐
위고비 제조사 ‘노보노디스크제약’에 따르면, 위고비는 저용량인 0.25mg 용량부터 시작해 투여 용량을 점차 높여 최종적으로는 2.4mg을 유지해야 안정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에서 초진부터 고용량 위고비를 처방해 ‘나눠맞기’를 독려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됐다. 나눠맞기란 위고비 주사 펜에 붙어 있는 용량 조절 다이얼을 충분히 회전시키지 않고 권장량보다 적은 용액을 주사하는 방식의 투여법이다. 다이얼을 끝까지 돌리지 않고 끊어 돌리며 환자가 임의로 위고비 투여 용량을 조절해 여러 차례 ‘나눠 맞는’ 것이다.
환자들이 위고비를 나눠 맞는 까닭은 위고비의 높은 가격에 있다. 저용량과 고용량 간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한 달 투여 비용이 30만 원에 육박해, 고용량을 구매해 펜 하나를 여러 주에 걸쳐 나눠 맞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고비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한 소셜 커뮤니티에서는 ‘최고 용량인 2.4mg 펜으로 나눠맞기를 하면 100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며 나눠맞기를 추천하는 게시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위고비 나눠맞기 팁’ 역시 활발히 공유하고 있었는데, 일회용 바늘의 구매처나 주별 용량을 계산하기 위한 어플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에 원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진우 교수는 “위고비는 단일 사용을 위한 제품”이라면서 “사용자가 용량을 조절해 나눠 맞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임의로 용량을 나누면 투여량이 부정확해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 교수는 “주사 펜을 반복 사용할 경우 역류 혈액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감염 우려를 배제할 수 없고, 나눠맞기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약물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체중인 사람이 위고비를 남용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김계환 교수는 “BMI 27 미만을 대상으로는 임상 실험이 진행되지 않아 정확한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순 미용을 목적으로 정상 체중인 환자가 위고비를 사용할 경우, 체중 감량의 효과를 확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속만으로는 해결 어려워
│개인과 사회의 인식 개선이 우선
정부 부처는 이러한 위고비 오남용을 우려하며 단속에 나서는 태세다. 지난달 25일, 식약처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약 전문가에게 위고비를 비롯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주사제의 허가 범위 내 사용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만치료제를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함께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 위고비 오남용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위고비 오남용은 엄연한 질병인 비만을 급여 보조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부, 남을 의식하는 문화, 쉽게 처방을 해주는 의사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한비만협회 서영성 회장 역시 “궁극적으로는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고 무분별한 위고비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사진 | 서다영 기자 dayoung06@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