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학생들의 주요 거주 지역인 정문과 남문 그리고 후문 부근 빌라에서는 분리배출과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본보는 본교 인근 빌라들의 분리배출 실태를 현장 취재했다.
| 페트병·종이컵·스티로폼 상자가 뒤섞여
| 분리배출 뒤안길
본교 자취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경의선 숲길 부근(신수동)에는 10세대 미만이 거주하는 빌라가 대다수다. 이곳에는 분리배출함이 없다. 분리배출함이 있을 법한 건물 1층에는 분리배출함 대신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스티로폼 상자, 담뱃갑, 라벨이 붙은 페트병, 핫팩,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분리배출돼야 하는 쓰레기들이 모두 한 봉투에 뒤섞여 있었다. 다른 건물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먹다 남은 치킨과 치킨 박스, 플라스틱 포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 신수동 빌라 앞. 스티로폼, 박스, 나무젓가락이 뒤섞여 있다.

▲ 신수동 빌라 문 앞. 먹다 남은 치킨, 포장 박스, 일회용 식기가 널부러져 있다.

▲ 신수동 빌라 인근.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를 비롯한 생활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다.
본교 후문 부근(염리동)에 위치한 빌라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건물 앞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 속에는 빨간 국물이 든 플라스틱 용기와 유색 페트병, 종이컵이 같은 봉지에 담겨 있었다. 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쓰레기 배출 관련 안내 사항에도 일반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 쓰레기는 투명한 봉투에 넣어 집 앞에 내놓으라고 할 뿐, 분리배출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실제 빌라 거주자들은 일반쓰레기를 제외한 플라스틱, 비닐, 종이류 등 재활용 쓰레기 모두를 한데 모아 배출하고 있었다.
| 분리배출함 설치 의무 없어
| 투명봉투 속 절반은 일반쓰레기
일반적으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는 분리배출함이 마련돼 있는 반면 빌라 거주자들을 위한 분리배출함 설치는 관련 규정조차 없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폐기물 관련 조례 제11조 생활폐기물 보관시설 등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항’에서도 아파트와 연립주택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이다. 마포구청에 분리배출함 설치에 관해 묻자 “일부 다세대 주택에는 분리배출함 설치를 지원한다”고 답했지만, 이마저도 “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 분리수거함이 마련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관리인도 없고 분리배출함도 없는 빌라 거주자에게는 분리배출에 대한 의무가 사실상 없다. 그러다 보니 재활용 쓰레기 배출 자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담당 백나윤 활동가는 “빌라나 주택가의 경우 주민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방식대로 각자 분리배출을 하다 보니 막상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 속 실제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는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수동 부근 빌라에서 최근 거주를 시작한 본교 김 모(21) 학우는 “봉투에 한꺼번에 담아서 버리다 보니 분리배출을 충실히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빌라나 주택가에서 온 쓰레기들은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는다. 마포구 빌라와 주택가에서 수거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작업을 진행하는 ‘세종산업’에서는 “아파트에서 분리배출돼 들어 온 쓰레기의 경우 적어도 일반 쓰레기는 없는 반면 빌라나 주택가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 약 50%는 일반 쓰레기로 폐기된다”고 전했다.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재활용률 자체도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염리동 인근 빌라 한켠에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 플라스틱, 우유팩, 비닐들이 한데 담겨있다.
| 관리되는 거점 분리배출 공간 필요
빌라에서의 재활용 쓰레기 배출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책임한 방치가 아닌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백 활동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대로 관리하는 분리배출 장소가 권역 별로 있어야 한다”며 관리 가능한 공동 분리배출함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그저 쓰레기를 버리는 곳 이상의 자원순환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영등포구, 성동구, 은평구 등 여러 지자체에서는 공동 분리배출 공간인 ‘재활용 정거장’을 마련해 빌라와 주택가에서도 분리배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재활용 정거장에서는 주민 활동가가 상주하며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만을 수거하기에 악취나 오염 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은평구는 재활용 정거장을 설치한 이후 재활용률이 88%까지 높아졌다. 2019년 기준 국내 평균 재활용률 62.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마포구도 2014년 재활용 정거장 사업을 도입했지만, 부실한 관리를 이유로 시행 2년 만인 2016년 사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집 앞 혼합배출로 회귀한 지금, 본교 부근 빌라의 분리배출 실태는 여전히 열악하다. 지자체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거점 분리배출 공간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마포구 청소행정과는 “‘재활용 동네마당’이라는 거점 분리배출 공간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 박주하 기자 jhpark@sogang.ac.kr
